정치, 그리고 정치학/정치학 개론

[정치학개론/정치시스템] 연방제

카이르 2013. 3. 13. 07:11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의회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양원제와 단원제에 관한 이야기 나왔고, 그 중에서 양원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연방제 국가들이 많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더 보시려면: http://kair17.tistory.com/54 를 클릭해주세요) 사실 전 연방제에 대해서 찬성하기 때문에, 단원제보다는 양원제가 나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연방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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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제에 대해서 환상을 갖게 된 건 독일 여행을 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도시 규모나 작은 편이지만, 큰 도시가 있고, 작은 도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구시가를 중심으로 해서 신시가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고요. 이건 유럽의 어느 도시나 비슷할 것 같긴 합니다만, 독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은 도시를 가든, 큰 도시를 가든, 시골을 가든 비슷한 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작거나 크거나 각 도시마다 독일의 은행들이 있고, 대형마트가 있고,, 장도 열리고, 극장도 있고. 큰 도시들이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서 매력적이진 않지만, 작은 도시에서 사나 큰 도시에서 사나 불편함이 없다는 거죠. 혹 불편함이 있더라도 야간에 마트 문을 여는 것과 교통을 빼고서는 비슷비슷하고요. 


굳이 이게 연방제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지역 간의 정치적인 불평등을 깨는 방법으로 연방제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슬슬 연방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방제란 


한 국가에 중앙기관과 지방기관이 주권을 나누어 가지는 제도를 뜻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정부기관이 다른 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음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연방제도 다른 제도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따라 다양하지만, 적어도 단일성과과 지역적 다양성, 효과적인 중앙권력에 대해 혹은 지방권력에 대해 견제와 제한을 위해 타협을 할 수 있는 제도이지요. 


연방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연방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네 가지 정도로 들 수 있습니다. 


1. 국가의 탄생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역의 정체성이 매우 다양한 경우. 


미국과 독일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독일은 1871년 프로이센에 의해 처음으로 통일했지만, 38개의 주들은 이미 정치적 독립을 향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중앙 집권화보다는 지역적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연방제가 통일 후 갈등을 해결하는 데 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2. 외적 위협의 존재나 국제 문제에 대해 좀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첫 번째 이유랑 비슷하겠지만, 국가의 한 정책이 모든 지역에 전부 좋을 수 없습니다. 만약 한미 FTA를 체결하고, 주로 자동차 판매를 통해서 이익이 오른다면, 농업 중심지인 전라도보다는 공업으로 발전한 경상도 지역이 훨씬 유리하겠죠. 그래서 중앙 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할지라도, 지방정부는 이 FTA 조항을 받아들일 것인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3. 국가의 면적이 넓은 경우


연방제는 주로 국가의 면적이 넓은 경우에 실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캐나다, 인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유는 지리적으로 큰 국가들이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향을 보이고, 종종 강한 지역적 전통을 가지니까요. 


4. 문화적, 인종적 이질성이 큰 경우


연방제는 종종 사회적 분할과 다양성에 대한 제도적인 방편입니다. 캐나다처럼 영어권 지역과 불어권 지역의 문화적 차이가 큰 경우, 벨기에처럼 플래미쉬 어권과 불어권의 갈등이 큰 경우, 이런 경우는 오히려 통합을 하는 것보다, 제도적으로 인정을 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로 연방제를 채택한 경우죠. 



연방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관계를 헌법에서 인정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사회적 환경이 복합되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어떤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 대통령제? 내각제? 이중정부제? - 달라집니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미국의 연방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권력분산' 기능을 하고 있고, 의원 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는 중앙정부의 행정부 역할이 강화된 행정부적 연방주의 (executive federalism)의 형태를 띠고 있고요. 


또한 집권 정당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현재 독일의 연방정부는 기독교연합 (CDU/CSU)과 자민당 (FDP)가 연정을 하고 있는데, 제가 살고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에는 사민당 (SPD)와 녹색당 (Die Grüne/Bündnis 90) 의 연정이 실시되고 있으니, 헌법에서 주정부의 독립성을 허용하는 것 이상으로 독립성을 누리거나 중앙 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죠. 


앞서 말한 것처럼 국가의 면적이 넓은 경우와 좁은 경우 연방제의 성격은 달라지고요. 


이렇게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방제는 네 가지 커다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1. 중앙정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주정부)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 권한의 법위는 입법부의 행정부의 권위 정도를 포함하고, 세금을 거두고, 어느 정도 재정적 자립을 향유합니다. 그러나 권한과 영향의 수준은 국가별로 다릅니다. 독일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핵심적 정책 결정자인 '행정적 연방주의'가 실시되고 있지요. 


2. 각 수준의 정부가 가지는 권한과 책임은 '성문법'에 의해 정해집니다. 

즉, 두 수준의 정부는 형식적이고 합법적은 틀 내에서 권한을 보장받습니다. 


3. 헌법에 나와있는 규정을 결정하는 것은 최고재판소에서 해석됩니다. 두 수준의 정부에서 문제가 있을 때는 최고재판소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따라서 연방주의는 사법부를 정책과정에 끌어들이게 됩니다. 


4.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협력과 이해는 입법제도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지난 번 포스트에서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지역의 대표성을 위해서 양원제, 정확히 말해, 상원을 통해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연방제 역시 장단점이 있습니다. 


연방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적, 지방적 이익단체들이 헌법으로 보장된 투표권을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나 지방은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방입법부의 상원을 통해 중앙정부에서 어느 정도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사회에서 국가가 핵심적인 행위자가 되면서, 혹은 경제 문제가 주 하나에 예속 된 문제가 아니고, 범 연방적인 경우가 많거나,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정부의 권한이 감소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연방제로 인해 정부권한을 분산할 때,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문화권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연방제를 실시할 경우, 그 문화권의 이익을 대표할 권리가 법적으로 더 잘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도를 통해서 중앙정부의 권력을 주정부가 효과적으로 견제 하면서 건강한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연방제는 사회, 지리, 문화적으로 분산된 사회이지만,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인종과 지역적으로 분산이 된 사회만 해당이 되겠지만, 다양성을 보장했기 때문에 분열된 사회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갈등을 감소시켜, 오히려 통일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거죠. 


단점은 연방제의 이상적인 면이 실제와 다르게 작동될 경우에 발생합니다. 


1. 주정부의 권한이 자율적이고, 경우에 따라 연방정부의 정책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범연방적 경제-사회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대학 수업료 폐지에 대해서 연방정부에서 입장을 정했다 하더라도, 주 정부의 입장에 따라 연방정부의 이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프로그램이 선별적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큰 거죠. 


2. 연방제가 강화된다면, 궁극적으로 국가가 해체될 위기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캐나다의 프랑스어권인 퀘벡에서는 '분리주의'가 성장했으며, 퀘벡의 독립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 때 중앙정부와 퀘벡 주, 그리고 다른 주들과 했던 협정과 원칙이 깨지면서, 캐나다가 분할될 위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연방제는 한 국가의 정치시스템,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그 형태와 기능을 달리합니다. 그리고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극단적인 형태가 된다면 오히려 연방제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고, 퀘벡처럼 독립을 요구하다가 국가가 해체될 수 있는 위기가 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연방제를 대한민국에 도입하려면 우리의 사정에 맞게 고려된 형태로 도입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현재처럼 중앙집권화이지만, 지방정부의 힘을 더 실어주는 방법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연방제를 주장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지역별 인구의 수의 차이가 큽니다. 그나마 25%정도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고, 그리고 경상남북도의 인구가 몰려있고요. 하지만 전라도나 강원도, 충청도 모두 지리적으로 중요하지만, 인구의 격차와 선거구의 갯수로 인해 이 모든 지역들의 정치적 이익이 제대로 대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별 대학생 수 (2011) 자료제공: 통계청>

 

또한 문화, 교육의 수도권 집중이 큰 편이고, 이런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방의 학교를 가던지 간에, 지역에서 그 학교 졸업생들을 흡수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지방대를 졸업하고서라도 그 지역에 일하는 게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간의 균형을 맞춰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을 한다면, 남과 북은 오랫동안 다른 정치 체제 안에서 다른 정치문화를 향유했기 때문에, 연방제도를 실시하여 비교적 남북한 지역 정부에 자율성을 크게 두어서 초기에 있을 지역적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별 재정 자립도 (2011) 자료제공: 통계청>

 

물론 완전한 연방주의를 채택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각 지역별 재정자립도의 차이가 크고,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각 지역에서 지역 균형을 위한 세금을 걷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역주의가 심하하기 때문에, 연방제가 실시된다면 캐나다처럼 극단적으로 국가가 해체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지역 의식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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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제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건 앞서 말했듯이 의회제도 - 양원제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개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테고, 다양한 정치 제도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죠. 그 중에서 연방제도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연방제 국가에 살고 있고, 그 장점을 많이 누리고 있기 때문에 편향적인 시선으로 연방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려드립니다. 




참고도서: 앤드류 헤이우드 (2003): 8. 하위국가적 (Subnational) 국가, <정치학: 현대정치의 이론과 실천>, 옮긴이: 조현수, 초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p 311 ~ 319

참고자료: 통계청: http://kostat.go.kr/portal/korea/index.action

              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region/region_0103List.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