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리고 정치학/의회,정당,선거정치론

[민주주의/의회] 의회정치 3. 의회주의, 의회의 쇠퇴 아니면 부흥?

카이르 2013. 3. 17. 08:21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올린 '의회정치 2. 의회정치의 역사, 양원제와 단원제' (링크: http://kair17.tistory.com/54) 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 양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연방제 (링크: http://kair17.tistory.com/55) 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올렸습니다. 처음에 정치 혐오에서 벗어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의회의 역시 정치 제도의 하나이고, 그 제도에 대해서 깊게 설명하게 되니까, 여러가지 정치 제도도 소개하게 된 것 같네요. 

처음에 비해서 목적이 많이 변질(?)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도를 소개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불쾌해 하실 분들도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목적은 의회정치-정당정치-선거정치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정치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곁다리로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고요. 


그리고 오늘은 의회정치 세 번째 이야기인 의회의 쇠퇴와 부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의회정치에서 가장 밀접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의회정치에서 온다면, 역시 의회의 쇠퇴에 더 비중이 실릴 것이고요. 그렇지만 어떠한 현상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서 쇠퇴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부흥하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논쟁에 대해서 다뤄볼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일단은 의회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따라서 의회주의도 함께 다루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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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회주의: 의미의 변화 


앞서 말한 것처럼 의회주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현대 정치과정의 이해(고경민: 2007)'에 따르면 '의회주의'란 의회 성립과정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떤 원리와 관계된 것으로, 의회 '제도'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의회주의'는 정부형태의 제도적차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사의 형성원리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회주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의회의 쇠퇴 혹은 부흥에 대해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고전적 의회주의 


고전적 의회주의는 대표원리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즉, 의회는 시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대표자들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고, 이들과 그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통치 방식을 뜻하죠. 여기서 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으로 국민주권과 참정의 원리를 구현하고, 의회의 의지는 곧 시민 전체의 일반의지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의회주의의 강화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의미합니다. 


2) 근대의 의회주의 


의회주의는 근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사회구조의 변화, 다양한 가치의 표출, 정당의 발전과 정치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 의미도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론에 근거하여 국가의 독립적인 권력인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견제와 균형의 개념으로 전환했습니다. 


행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의회가 결정한 정책적 결정을 위임받아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로 제한된 것이 아니라, 의회와 상호독립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제도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거죠. 따라서 근대적 의회주의에 근거한 의회는 국민주권 원칙과 대의원칙에 입각하여 국가의 규범체계와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권력분립 원칙에 준거하여 행정부를 견제 감독하는 민주주의 정치이념과 원리를 구현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근대적 관점의 의회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의회에서는 정당의 역할이 배제되고, 원내에서 여야가 대결하고 경쟁하기보다 입법부로서 제도적 일체감을 가지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 및 통제기능을 함께 수행한다는 규범적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런 근대적 관점의 의회주의를 잘 반영하고 있는 사례로 미국 의회를 들 수 있죠. 


3) 현대의 의회주의 


다시 의회주의는 현대로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바뀌게 됩니다. 현대에 들어서 국가가 다원화되고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가지 사회단체들이 생기게 되고, 의회주의적 통치제도의 현실이 정부와 의회에 다수를 차지하는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 제도에 따라 정당에 더 영향을 받거나, 행정부에 더 영향을 받게 되었지요. 


  (1) 대통령 중심제: 행정국가적 의회주의


20세기에 들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 경제공황, 복지정책 강화 등과 같이 직면한 문제들로 인해 국가의 사회에 대한 개입이 커지고, 문제 해결 역시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는 행정부의 역할이 증대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의회의 지위와 역할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의회와 행정부 간 힘의 균형이 깨지고, 더 나아가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종속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심각한 경우에, 예를 들면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의회가 '행정부의 시녀'나 '통법부'로 격하되었고, 그에 따라 의회의 행정부 통제 기능은 물론이고, 국민대표 기능이나 입법기능도 수행하지 못하는 장식형 의회로 전략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2) 의원내각제: 정당국가적 의회주의 


다음에 포스팅하게 될 정당정치 부분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정당'은 현대사회에서 기본적인 정치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당이 정치체계 내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연할은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상호작용과 결속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당의 역할이 적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당이 발전하면서 정당 중심 정치가 심화되면, 정당의 수와 구조에 따라서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영향을 받게 되죠. 따라서 정치과정의 중심축이 의회에서 정당으로 이동해가는 현상도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의회도 절대적이고 독립된 시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정당과 연관된 대의기관으로 변화하게 된 거죠. 


이에 따라 의원은 여러 지위를 갖게 됩니다. 


1. 유권자 (시민)의 대표 

2. 정당 당원 


이미 의회정치 첫 번째 이야기에서 했던 이야기지만, 의회의 소속된 의원들은 어떤 선거에 의해 뽑혔는가에 따라 그 지역의 민심을 대변해야 하면서, 정당의 이익도 고려해야하고, 한편으로는 본인의 양심도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소속정당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죠. 


정당은 현대 정치과정에서 중심적이고 실질적인 지위와 역할을 하게 되었고, 따라서 20세기의 의회주의적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정당민주주의로 귀결되는 현상을 보이게 되었으며, 이런'정당주의적 의회주의'는 의원내각제에서 많이 보입니다. 




2. 의회의 쇠퇴 혹은 부흥? 


의회주의에서 이미 말했던 것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의회주의의 의미도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의회의 역할이나 비중이 정치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따라 달라졌죠. 그리고 그에 따라 의회가 쇠퇴했는지, 부흥했는지에 대한 시선도 갈리고 있습니다. 


의회가 쇠퇴한다고 보는 의견, 의회가 부흥하고 있다고 보는 의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의회의 쇠퇴? 


대의민주주의와 함께 19세기에 의회정치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원리를 구조적으로 표출하는 대표적인 정치 형태로 자리매김했지만, 20세기에 들어 정치환경의 변화와 함께 의회의 기능저하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고, 정책문제도 더 전문화 되어가면서, 기존 의회가 수행했던 기능들에 대해 회의가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의회정치는 모든 정치제도 중에서 가장 호된 비판 대상이 되었지요. 그리고 이런 비판은 민주주의가 심화되지 못한 후진 민주주의 또는 민주화 과정에 있는 국가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죠. 


의회정치가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이유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선거권 확대와 대중 민주주의의 발달


보통선거권의 확대는 새로이 형성된 유권자 대중의 표를 획득하기 위해서 정당의 활성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거 후보자들은 정당구성원의 지위를 통해 대표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습닌다. 선거 이후에는 선출된 공직자들이 정당 지도부 통제하에 놓여지게 되면서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의원의 독립성 훼손은 결과적으로 의회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이는 거죠. 


  (2) 정당의 발전 


어쩌면 가장 놀라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정당 정치와 의회 정치는 하나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더더욱요. 하자민 이 의견은 의회의 순수한 역할, 즉, 국민의 대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뜻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즉,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정당 당원이라는 역할을 이중으로 갖고 의회에서 활동하게 되었다는 거죠. 


  (3) 행정부 비대화와 행정국가화 현상 


앞서 행정주의적 의회주의에서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는 의회정치를 가장 쇠퇴시킨 원인으로 꼽고 있죠.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가 많아짐에 따라 국가의 행정기능은 점차 확대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행정부는 팽창하게 되었지만, 의회는 사회적 가치와 이익의 다양화와 질적인 상승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4) 이익집단의 활성화 


아무래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익집단도 현대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에 속합니다. 이익집단의 가장 큰 역할은 대의제에서 대중의 불만을 처리하고, 특정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의회에 비해서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죠. 왜냐하면 이익집단의 시작은 대부분 한 특정한 계층이나 사람들의 이익을 획득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는데 있으니까요. 그리고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이익집단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더 좋은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죠. 


  (5) 의회 내부의 문제: 리더십 또는 응집력 결핍현상 


의회는 수백명의 선출된 공직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의회에서 동등하게 표결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의회 구성원의 평등함을 보이지만, 행정부나 이익집단에 비해서 훨씬 분산적으로 보이고, 일치된 행동을 보이기 힘들다는 단점을 보인다는 뜻입니다. 



2) 의회의 부흥? 


위에서 언급한 의회 쇠퇴론 반대해서 의회 부흥론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의회 부흥론은 쇠퇴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유들이 대부분 일방적이며, 사실은 의회의 역할이 변화한 것이라고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회 부흥론을 주장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1) 의회의 정책활동과 관련된 의회의 능력 


현대 정치과정에서 행정부 주도의 정책제안이 확대되었긴 했지만, 행정부 제안에 대해 의회가 심의하고 확정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영향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 의견이죠. 또한 정부가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여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는가를 감독하는 의회의 활동도 여전히 현대 정치과정에서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2) 의회가 수행하는 대표와 통합 기능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고, 의회 쇠퇴론에서는, 따라서 의회는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의회 부흥론자들은 의회는 국민의 대표기구체로서 이런 다양한 이익들의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 내는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3) 현대 의회의 기능의 변화 


현대 의회는 능동적이기 보다, 의회에 제출된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반응적 역할에 주력하는 역할로 바뀌었다고 보고, 이에 맞춰 의회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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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 가장 놀랄만 한 점은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정당정치가 의회의 기능을 방해하는 요소로 보일 수 있다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자면, 


의회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국민의 정치적 이익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회의 구성원들이 정당에 소속됨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정당 소속원으로서의 역할에 더 치중한다는 점이 


의회의 기능을 방해하고, 의회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죠. 


이미 의회정치 이야기 1에서 언급했듯이 선출된 공직자들은 다양한 지위에 놓여 있고, 정치적 의사 결정도 역시 그 지위에 맞추어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늘날의 정당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입니다.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직업을 대표할 수도 있고, 계층을 대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회에 들어가 있는 정당들은 이런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제, 지역구 선거제와 같이 제도를 통해서 유권자의 이익을 대표하고, 이익집단들과 손을 잡기도 하죠. 그러면서 정당의 소속이면서도 다양한 집단의 소속이기 때문에, 정당과 소속간의 엇갈린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정치가 한편으로 의회정치의 순수한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지만, 제도적 보안과 정치적 연맹을 통해 더 잘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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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의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많이 나왔고, 이 부분은 제가 가장 많이 주목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의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국회의원 정수 축소나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에 관한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시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자유입니다. 국가, 즉 행정부의 기능이 커지고, 행정부가 다른 하부구조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만큼 개인이 정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지겠죠. 그런 행정부의 팽창을 견제하는 역할을 의회가 합니다. 따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회는 쇠퇴한다고 쇠퇴시킬 존재가 아니라, 쇠퇴한다면 그 기능을 살려야 하는 존재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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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에서 벗어나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부분인 의회정치에 관련한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려고 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론적인 부분을 더 훑고 싶지만, 아마 이런 포스트는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트는 정당정치 이야기가 되겠네요. 의회정치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다음 포스트인 정당정치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내용 출처: 고경민 (2007): 의회정치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3쇄, 인간사랑, Pp. 137 ~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