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리고 정치학/의회,정당,선거정치론

[민주주의/정당] 정당정치 1. 정당의 정의 및 기능

카이르 2013. 3. 24. 09:07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 이어 거의 일주일만에 올리게 되네요. 지금 독일은 일주일 내내 맑고 청명한 날씨에서 눈까지 쌓이는 다양한 날씨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덕택에 감기 몸살이 걸렸는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했네요. 이번주에는 그냥 쉬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왕하는 프로젝트인데 꾸준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정치혐오 벗어나기 프로젝트"로 쓰기 시작한 이 글은 현재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접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유, 리트윗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은 지난 포스트에 예고했던 대로 정당정치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정당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다크호스처럼 나타난 안철수 씨의 가장 큰 특징은 그렇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무소속으로 나왔다는 거였죠.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이회창 후보는 기존의 정치인이었고,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이 높았던 갓 신인이라는 큰 차이였죠.


무소속으로 나와야겠느냐? 라는 논의를 시작해서, 당시 민주당은 조직을 갖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고 이야기를 했었고요. 정당을 통한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럼에도 단일화 국면에서 안철수와 문재인, 두 사람의 지지율이 비등비등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만큼 유권자들이 정당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크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당정치 1. 정당의 정의 및 기능'은 정치혐오 벗어나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내용 출처는 대체적으로 정치학개론과 정치과정론 도서입니다. 따라서 내용이 상당히 원론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이론만큼은 객관적입니다. 그래서 정당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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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현대 정치의 생명선" - Neumann


정당정치는 현대정치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의회정치가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뜻한다면, 이 의회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바로 '정당'입니다. 따라서 현대 대의민주주에서 정당은 대의정치 자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정치 활동이 정당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어떤 형태로는 정당이라는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은 현대 정치에서 가장 보편적인 제도로 존재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당이란 무엇이며? 정당은 현대민주주의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요? 


1. 정당의 정의 


'정당'이라는 말은 상당히 자주 쓰이지만, 다른 사회적인 조직과 차별화를 통해서 정의하기 쉽지 않은 개념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정당을 정의하는 첫 번째 방법은 정당의 목적을 규명하면서, 두 번째 방법은 정당을 다른 사회조직과 구분하는 방법을 통해 정의하려고 합니다. 


1) 정당의 목적에 따른 정당의 정의 


   (1) 이념


이념에 근거하여 정당을 정의한 대표적인 사례는 버크의 정당의 고전적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크는 정당을 어떤 특정한 주의 (이념)에 동의한 사람들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국가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그 주의 (이념)에 따라 결합한 조직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 국가권력


국가권력과 관련하여 정당으 설명한 사례는 꽤 많습니다. 


막스 베버는 정당의 활동을 "조직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혹은 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기 위한 권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정의했고, 해고피언 (Hagopian)은 정당을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거나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이념의 실현 또는 이익추구에 유리하도록 공공정책의 내용과 집행에 영향을 미치고자 형성된 결사체"라고 정의했습니다. 샤트슈나이더 (Schattschneider)는 정당을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으로 간주했습니다. 


2) 다른 사회조직과 구분되는 정당 


정당은 결국 집단이며 결사체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회 집단이나 결사체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특징을 구분해서 정당을 정의하는 방법이죠.


이 방법으로 정당을 정의한 사례는 꽤 많지만, 여기서는 블론델과 웨어의 정당의 정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블론델: 결사체는 두 종류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특정한 견해를 옹호하지만, 전 성원에게 개방적인 촉직집단과 다른 하나는 일정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그 성원자격이 제한적인 보호집단으로 구분된다. 정당은 양 집단의 특성이 결합된 결사체로, 일반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당은 성원자격이 개방적이고, 정체가 당면하는 여러 문제의 전스펙트럼에 걸쳐 잠정적인 관심을 갖는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다. 


2. 웨어: 정당은 다른 사회제도와 정치제도의 경게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이다. 정당은 국가 내에서 권력을 획득할 목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결집하는 제도이며,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추구하고, 자유로운 선거 경쟁이 허용된 국가에서 공직을 위한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키며, 사회 내의 단일한 지엽작 이익을 넘어서 대표성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첫 번째 블론델의 정당의 정의를 바라보자면 정당은 사회 성원들에게 열린 조직이며, 또한 여러가지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포괄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웨어의 정의에 따르면 정당은 다른 조직에 비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에 언급했던 국가권력과 관련된 정당의 정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당이란 정권획득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정당의 정강이나 정책으로 표현되는 주의-주장을 가진 사람들의 조직적 결사체이며, 사회적 이익들을 집약하고 그 것을 정치과정에 대표하는 특수한 사회집단으로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2. 정당의 기능 


앞서 말했 듯이 정당의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정당의 기능은 정당의 정의에 관련한 논의만큼이나 다양하게 설명되어 왔습니다. 정당은 일반적인 기능이 있고, 국가의 정치제도에 따른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정당의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 이익의 표출과 집약 


이 기능은 현대 대의민주주의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 대의제의 핵심적인 운영원리는 바로 시민들의 의사와 요구들을 얼마나 잘 취합하고, 얼마나 만족스러운 정책적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가에 있습니다. 바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요구를 정책으로 결합하는 것이 "이익표출"이고 "이익집약"입니다.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되어 있는 현대 정치체계에서 정당 간의 경쟁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또한 정당은 권력획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정당에 비해서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해야 합니다. 그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요구와 이익을 최대한 표출해야 합니다. 또한 이익집약을 통한 정책방향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하고요. 이익표출과 집약을 통해 나온 정책은 시민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당은 일차적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렴, 취합하고 이를 정리하여 구체화해야 하며, 그 요구들을 정치과정에 포함시켜, 정책 대안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죠. 


간단히 말해서 정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정책을 수립합니다. 이 정책의 내용은 유권자의 정치적 요구를 포함해야 하며, 선거 과정에 들어서는 순간, 정당은 이러한 요구를 포함한 정책을, 선거 과정에 포함시키고, 더불어 정치과정에 포함시킵니다.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를 유권자들이 원해도, 정당에서 정책으로 수립하지 않으면, 선거 과정 내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지 못합니다. 물론 국민적 열망을 정책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 것 역시 정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2) 사회적 갈등의 조정 및 통합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이익이 표출됩니다. 따라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갈등은 개인끼리, 집단끼리, 혹은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도 발생하지만, 국가와 개인/집단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개인 혹은 집단을 연결해주는 제도가 바로 "정당"입니다. 정당은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당은 국가 기관에 비해서 여론에 더 민감하게 바응하고, 선거구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빈도가 잦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 불만을 포착하기 더 쉽겠죠. 따라서 국가기관에 비해 신속하게 정치사회적 갈등해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정치사회화 


정치사회화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정치생활에 관련된 가치, 태도, 신념등을 습득하게 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제대된 민주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확한 판단과 충분한 정치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정치사회화는 매우 중요하며, 정당 역시 이 기능을 담당합니다.


정치사회화 기능을 하는 것으로는 선거가 있지만, 정당이 정치사회화를 하는 것은 이 선거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즉, 정당의 정치사회화는 선거기간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정당활동에 의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이 정치사회화를 하는 방법은 많아요. 


독일의 경우는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을 따라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비슷한 취미를 가졌지만,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취미활동을 열기도 하고요. 한국도 직접적인 정당교육이나 홍보가 주를 이뤘지만, 작년 대선 이후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예로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이 번개 모임이 있을 수 있고, 트위터를 통해서 의정활동을 홍보하면서, 동시에 의사소통까지 하는 트위터가 정치사회화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요. 


이러한 정치사회화 기능은 결국 정당에게 유권자의 지지를 확대하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방법입니다. 


4) 정치참여의 촉진 


'정치참여' 역시 현대 정치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정치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정치체계의 안정성과 정통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실효성있는 정치참여 제도가 정당입니다. 


이 정치 참여는 앞서 말했던 정치 사회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정치사회화 정도가 높으면 정치 참여도 보다 높으며, 정당이 시민의 정치사회화를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집단임을 감안할 때,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바로 정당이죠.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정당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촉진한다는 것은 참여의 쳬게를 제도화한다는 뜻이며, 결과적으로 정치발전에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당을 통해서 정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정치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죠. 


5) 정치엘리트 충원 


정치엘리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엘리트를 끊임없이 양산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정치체계가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정치충원은 의회가 '선거'를 통해 담당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의회를 구성하는 정당의 공천을 통해 정치엘리트가 입후보를 하고, 이 엘리트들이 선거를 통해 경쟁하면서 의회에 들어서기 때문에, 정당이 그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정치체계의 유지


한 체계가 유지되고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존립기반 (이념, 구조, 제도) 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 정당성을 "정치권력과 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임과 지지"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유일한 집단이 정당이 바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 기구가 되는 거죠. 


7) 정치적 의제설정 


정당은 평소에도 시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이 때 정치적 과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를 통해서 경쟁하고 여론을 유도합니다. 물론 이 기능은 다른 사회조직도 할 수 있습니다만, 정당이 제기하는 이슈가 가장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의제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의제 설정은 곧 수립, 집행과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다른 사회집단이 제기한 이슈보다 훨씬 민감하게 이 의제에 관심을 갖게 되죠. 


예를 들어, 환경 오염에 대해서 이슈가 제기 되었다면, 소수의 작은 환경집단의 움직임보다, 정당이 직접 이 문제를 의제로 제기한다면 더 쉽게 의제 설정이 되고, 더 눈길을 끌 거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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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정의와 기능에 대한 주 포스팅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당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이야기를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1. 이념 중심적인 정당의 정의가 맞는 것이냐, 권력관계를 통한 정당의 정의가 맞는 것이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모두 맞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은 정당의 유형에서 집고 넘어 갈 예정입니다만,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1970년도까지는 정당의 정책 방향이 정당의 이념을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적인 성격을 띠는 정당들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로 했고, 사민주의적인 성격을 띠는 정당들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내세웠고요. 하지만 사회의 문제가 다양해지고, 시장의 문제도 결코 한 가지 방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의 정책 방향도 문제해결를 위해 바뀌었기 때문에, 그만큼 정당의 색이 달라지긴 했죠 - 정당의 색이 달라지게 된 건 유권자의 정치성향의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요. 그래서 현대 정당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기 위한 정당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이념을 지향했던 정당의 특성을 '고전적 정당'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현대의 정당의 특징에 더 가까운 개념은 "국가권력"을 잡기위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정당의 기능이 경우에 따라 선거 조직으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수준이 높은 민주주의에서 정당이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제도이며 핵심입니다. 정치 참여 역시 정당을 통해 하는 경우가 더 효율적이며, 선거를 통해 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지만, 실제로 정당이 가진 지향성에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후보가 있다면, 후보의 호감도에 따라 표를 결정할 수 있지만, 여태까지 정당이 해왔던 활동과 내 의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선택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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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트는 여기까지입니다. 

포스트의 어투가 상당히 건방져 보이긴 하지만, 컨디션이 별로이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드리고 싶네요.... 


다음 포스팅의 내용은 정당의 종류와 유형에 관해 다룰 예정입니다. 


다음 포스팅 할 때 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내용 출처: 고경민 (2007): 정당정치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3쇄, 인간사랑, Pp. 195 ~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