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리고 정치학/의회,정당,선거정치론

[민주주의/정당] 정당정치 2. 정당모델

카이르 2013. 4. 3. 07:56

안녕하세요, 거의 10일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글이 너무 늦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일단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정당정치에 관련한 내용은 지난 번에 연재했던 의회정치 그리고 이후에 연재할 선거정치에 비해서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편의 내용도 기존에 예고했던 3편이 아니라 4편으로 늘어날 거 같습니다.


오늘은 정당정치 중 정당모델에 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아마 오늘을 기점을 '정치 혐오 벗어나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떨구시는 분들이 많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정치모델과 정당제도의 이론이 특정 진영의 이상을 반영하기 보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드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전적으로 정치과정론과 정치학개론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학은 정치를 이야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정치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를 설명하기 위한 학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학문처럼 이상적인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어떤 학문처럼 현실적인 부분을 적용합니다.


뭐,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요. 그 부분 역시 책을 읽으면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께서 하는 판단과 비슷한 수준일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정당모델 하나만을 설명할 예정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상황과 비교할 예정이기 때문에, 글의 길이는 이전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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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당모델: 변화와 특성 


정당이라는 집합체가 등장한 이후 정당유형은 정치, 경제, 사회의 역사적 발전과정에 따라 간부정당, 대중정당, 포괄정당, 카르텔정당 등 지속적인 변화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정당을 연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향은 정당을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기초하여 분류하고 이해하는 견해였는데요, 대표적인 학자가 뒤베르제입니다. 이 견해는 '대중정당'을 표준모델로 삼고 있으며, 정당과 국가의 관계를 참조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는 정당들 사이의 차이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견해로 나눠지는 정당의 모델이 바로 원내 간부정당과 원외 대중정당입니다. 


카츠와 마이어는 이런 견해를 비판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는데요. 유럽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발전은 각각 새로운 정당 유형이 더 나은 발전을 자극하는 반작용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정당 유형을 이끌어낸다는 변증법적 과정의 반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관점에서 대중정당은 정당의 '표준모델'이 아니라 단지 변화과정의 한 단계라고 보는 거죠. 그리고 정당의 변화는 시민사회의 변화로 비롯될 수 있지만, 국가와 정당 사이의 관계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1) 간부정당 (cadre party) 


간부정당은 19세기 말 보통선거가 확대되기 이전에 출현한 정당 유형으로, 경제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유한계층의 명사들에 의해 구성된 정당입니다. 초기 간부정당은 의원들의 친목단체 수준의 원내집단으로 출발했으며, 의원선출 지원을 하기 위해서 원외에 기초조직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적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당원들의 이념 또한 지극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득권을 가진 중, 상류층을 기반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에, 극도의 보수주의와 온건한 개혁주의를 표방했으며, 집단의 대표성보다는 개인의 대표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강력한 조직과 엄격한 규율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간부회의 (caucus)를 중심으로 리더십이 작용하여, 비공식적인 사교모임 형태와 유사했으며, 상호 개인적 연락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습니다. 


간부정당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선거권이 확대되기 이전에 출현한 정당 모델이라, 권력 획득을 하기 위한 대중적인 조직도 필요 없었고, 적극적인 선거운동이나 막대한 선거비용도 필요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지지를 이끌 때는 소수의 부유한 후원자들에게 정당자금을 거뒀고, 역시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소수의 다액 기부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정당 양식은 보통선거권이 확대됨에 따라서 점차 소멸하고, 대중-이념 정당으로 대체되었습니다. 


2) 대중정당 (mass party) 


앞서 말한 것처럼 대중정당은 20세기 초반 보통선거권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은 등장하게된 정당유형으로, 원외를 중심으로 다수의 대중과 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정당입니다. 


보통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정당과 시민사회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정치적 삶의 근본단위가 개인와 삶과 관계된 모든 사회집단과 구성원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개인 하나하나가 선거에서 중요해 진거죠. 따라서 정당은 이런 집단들과 구성원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고, 국가에 대한 요구를 제시하는 '대리기구'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핵심 공직에 그들의 대표를 배치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대중정당은 다수의 당원 확보와 유권자의 지지에 의존하게 되었고, 조직적인 동원체계와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의 충당히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비용은 다수 당원의 소액기부 형식으로 충당되었고, 대중의 정치적 동원을 위해서 '이데올로기'를 이용했습니다. 대중정당의 구성이 하층계급에 기반했기 때문에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적인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강했고, 집단 또는 계급의 이익을 표출하는 계급정당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정당의 강령은 단순한 정책 꾸러미가 아니라, 일관적이며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당이 대중 정당의 성격을 띨 때 정당 일체감이 높고, 정당의 규율은 규범적 정당성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부터 계급투표라는 투표행태도 등장하게 되었죠. 



3) 포괄정당 (catch-all-party)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정당들도 변화하였고, 정치와 사회도 변화하였고, 이 변화는 정당과 시민사회에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포괄정당은 키르크하이머가 이전의 듀베르제의 논지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새롭게 내세운 정당모델입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1950 - 60년에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달했으며, 이 경제 성장은 사회적, 경제적 풍요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생활수준 향상을 갖고 왔습니다. 또한 교육의 확대를 통해 시민들의 질적 수준도 향상되었고, 사회적, 계층적 이동이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정당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다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계층, 이념의 경계를 초월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었죠. 


키르크하이머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는 집단작 정체성이 약화되었고, 따라서 유권자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과 복지국가의 중요성 증가는 특정 계급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 이익에 부합되는 주장을 답은 정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중매체의 발전으로 정당 지도자들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기회를 이전보다 더 많이 얻게 되었고, 선거구민들은 적극적인 참여자기 되기보다는 소비자적인 유권자가 되었죠. 따라서, 유권자의 선택도 정당보다는 지도자의 선택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말의 뜻은, 계층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계급이나 계층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어려워지고, 따라서 정당은 특정 계급을 대표하기 보다 오히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따져야 합니다. 이 때 경쟁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 정당과의 차별성은 정당의 정책보다는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권자들도 정당 정책보다는 정당의 대표자들을 보고 정당을 선택하게 된다는 거죠. 


여기서 명망가 정당과 비교하자면, 명망가 정당은 소수의 공직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교적인 모임을 만들었지만, 포괄정당은 정당이 정책과 정강은 있지만, 색이 모호해지면서,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에 그 차별성을 두는 거죠. 


따라서 정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다수의 동의가 필요하고, 따라서 정당은 선거 전문 정당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포괄정당은 계층, 계급, 사회집단을 초월하여 모든 계층과 집단의 이익을 표방하게 되었고, 대중정당은 기존의 급진적 맑스주의 성격에서 온화한, 또한 간부정당도 혼합경제를 수용하게 되며, 중도적인 입장을 표방하게 됩니다. 


4) 카르텔 정당


카르텔 정당은 1970년 후기 산업사회가 등장하고, 정당이 시민사회의 영역이 아닌, 점차 국가 내부로 이동해 가는 경향을 보이면서 나오는 새로운 정당 유형입니다. 이는 시민단체, 이익단체와 같은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증가하고, 따라서 시민들의 정당참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당원의 수가 유권자 수의 증가폭에 미치지 못했고, 증가된 정당 활동을비를 충당할 당비와 기부금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 정당자금을 국가 보조금이라는 새로운 재정원을 통해 충족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국가와 정당의 공생 관계가 시작되었죠. 즉, 국가는 정당의 생존을 보장해주고, 이익단체나 시민단체와 같은 새로운 동원화된 대안들에 대한 도전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끊임없이 뒷받침해주고요. 이런 현상 때문에 카츠와 마이어는 정당의 '준국가기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정당의 준국가기관화에 대한 현상으로 인해 정당 정치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바로 승자와 패자 간의 물질적 지위의 차이가 급격하게 감소되었다는 점입니다. 


정당 상호 간에 자원을 공유하면서, 정당의 공생과 공존을 모색하게 됩니다. 


또한 정당에게 연합정부의 참여기회가 개방되었고, 따라서 야당도 국가 권력의 일부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정당이 여당화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고, 정당 내부의 공모가 정당의 선거 득실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선거 경쟁이 완화되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등장하게 됩니다. 



2. 대한민국의 정당모델


정당모델에 관한 설명은 여기서 끝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에 현재 위 네 개의 모델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한국 정당 - 새누리당과 민주당[각주:1] - 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한국의 정당은 당비를 내고 일상적인 당활동에 참여하는 일반 당원이 지표상으로도 1%가 되지 않는 간부정당(cadre party)적 특성과, 이념이나 정책보다 선거에서의 승리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전문가 정당(electoral professional party), 모든 계층의 지지를 추구함으로써 어떤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와 요구도 반영하지 않는 무색무취한 포괄정당(catch-all-party)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각주:2]


최장집 교수가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대한 가치판단을 다 빼고서라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위에 분류한 정당의 모든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나마 현재는 새누리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임기를 마치거나, 막 들어왔고요, 민주당의 경우에는 '계파 싸움'으로 한창이고요. 따라서 간부정당이라고 하기에는,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나마 선거 전문가 정당의 성격일 띠거나 포괄정당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또한 이념이나 정책이 뚜렷한 진보정당들은 대중정당이 되기에는, 동원된 대중의 수가 적고요. 


아마 그 이유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제시된 것처럼, 분단으로 인해 대중정당이 되기엔 이념의 기반이 협소한 것도 있었겠죠. 하지만 정당의 탈 대중화는 '정당정치의 메카'라고 불리는 독일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아래 표는 독일의 각 정당의 당원 수의 변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각주:3]

 

 CDU (기민련)

SPD (사민당)

CSU (기사련)

FDP (자민당)

die Grüne (녹색당)

1990

658,411 

943,402 

186,198 

178,625 

41,316 

1995

657,643 

817,650 

179,647 

 80,431 

46,410 

2000 

616,722 

734,667 

178,347 

 62,721

46,631 

2005 

571,881 

590,485 

170,084 

65,022 

45,105 


위의 표를 보면 녹색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당들의 당원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선거를 맞이해서 독일 정당들도 공약의 정치적 성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물론 보수에서 진보로, 좌에서 우로 급격하게 바뀌진 않았지만, 선거 기간에 있을 정치상황과 유권자의 의견 변화에 따라서 정당의 성격도 선거에 맞춰지는 거죠. 


2009년과 2013년의 각 정당별 연방의회 선거 공약의 정치적 성격 비교[각주:4]



2008년 겨울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사민당 당원들도 지금 자신의 정당이 기독연합과 어떤 정책적인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양당제를 갖고 있는 미국, 선거 전에 정당 간의 연합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탈리아, 그리고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처럼 제도에 맞게 정당의 변화의 정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도 워낙 의회 내 정당 정치가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큰 문제점은 위의 정당의 분류 성격에 딱 들어맞지 않다는 것과, 실제로 정당들의 이념적 차이가 없고, 강력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권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유권자 역시 정당의 선택이 정당의 성격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당들이 제대로 시민을 대표하려면, 유권자들 역시 그에 걸맞는 심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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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트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음 포스트의 내용은 정당제도와 정당체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독일의 정당들의 경쟁의 단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시고요, 다음 번에 뵙겠습니다. 



내용 출처: 고경민 (2007): 정당정치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3쇄, 인간사랑, Pp. 195 ~ 257 

  1. 초판 발간 당시 민주노동당이 아직 원내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본문으로]
  2. 최장집(2003):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후마니타스, 6쇄, 서울, P. 23 [본문으로]
  3. Quelle: Oskar Niedermayer: Parteimitgliederschaften im Jahr 2005, in: Zeitschrift für Parlamentsfragen, 37. Jg (2006), Pp. 376 - 383, Das Politische System Deutschlands 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4. http://blog.zeit.de/zweitstimme/2013/03/23/die-programmatische-ausrichtung-der-parteien-zur-bundestagswahl-2013-eine-kurzanalyse-der-ersten-wahlprogrammentwurf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