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 - Germany> 2. 어긋난 기억을 채워넣다.
아침에 일어나 이경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어둑어둑하고 비가 내린다. 이런, 우산을 안 가지고 왔다. 독일에는 적어도 20일 이상은 머물 예정인데... 그래서 어제 보았던 1유로샵으로 갔다.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의 다이소처럼 정말 거의 모든 물건을 저렴하게 판다. 여기서 나는 우산을 샀다. 2유로. 감동받을 가격이다.
이경이는 오늘 파리로 떠난다. 그저 아침을 먹고 이곳을 떠나게 하기엔, 짧은 인연이 아쉽기만 하다. 그녀도 그랬을까? 숙소 앞길을 함께 산책하기로 했다. 아침의 프랑크푸르트는 달라 보인다. 가게들이 문을 열고, 포장마차들도 문을 연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보다야 훨씬 나은 것 같다.그리고 반갑게 한글로 쓰여진 쇼핑몰도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 곳을 들릴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걸었다. 그러자 큰 길이 나온다. 프랑크푸르트는 엔간한 유럽 도시들에 비해 고층빌딩이 많다. 유럽 상업의 중심지답게 유럽 경제의 상징인 유로화 표시도 보인다. 프랑크푸르트에는 관광적인 매력이 적다고 하지만, 모던함. 그것이 프랑크푸르트의 매력이다.
10시 반이 되었다. 이경이는 이제 파리로 떠나고, 난 그녀가 기차를 타는 것을 본 후에 역을 나섰다. 기분이 묘하다. 그래도 여태까지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혼자가 되어버렸다. 내 눈 앞에는 삼성, 기아, 금호까지 보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쉽다.
난 다시 뢰머광장으로 향하였다. 뢰머광장. 2년 전에 이 곳에 왔을 때, 여기서 난 친절한 사람을 만나 무임승차의 두려움에서 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기억은 여기까지다. 다시 뢰머광장을 찾은 나는 그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 보고 가리라 라고 다짐해본다.
<프랑크푸르트 역사박물관 지구>
<뢰머광장 시청사>
아까 이경이와 함께 걸었던 거리를 따라가자, 많이 본 건물들이 보인다. 뢰머광장의 시청사라고 믿었던 것들. 역사박물관 지구다. 나의 프랑크푸르트 에 대한 기억들은 많지 않지만 그 기억마저 틀렸다는 사실은 별로 기쁘지 않다. 옳지 못했던 기억들은 새로운 기억들로 바꾸면 되니까.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기억은 그렇게 자세하지 못하니까 다시 채워 넣으면 된다. 역사박물관지구는 예스러우면서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뢰머광장 시청사 건물은 동화 속에 나오는 건물 같다. 알록달록 이쁘다.
동화같은 뢰머광장에서 작센하우젠으로 가는 길에 이쁜 테디베어 마켓이 있다. 아직도 반짝이는 전등을 걷지 않고, 내부가 분홍색 벽지와 하얀색 솜 뭉치로 꾸며져 있고, 그 안에 있는 테디베어들을 보자 따뜻해 보인다. 밖에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버렸는데, 그 곳은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독일은 50년 만에 찾아온 한파의 영향으로, 그리고 원래 독일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눈이 녹지 않는다. 마인 강 주변의 다리들에는 소복소복 내린 눈들이 쌓여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바람은 불지 않지만, 원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춥다. 하지만 이런 추위도 그닥 싫지 않다. 바람이 불지 않아, 눈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나는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 그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건축박물관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들어간 곳은 우편박물관이었다. 마침 2개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고고학자의 관한 전시회와 독일 침실 사진 전시회다. 독일 침실 사진 전시회라... 뭐 그런 것을 전시할 수 있겠냐 하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그들의 중요 공간은 늘 꼭꼭 숨겨놓는다. 그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도 그들의 침실은 잘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침실 공간은 그들의 소중한 것을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런 설명을 해도, 외국인이기에, 아직 그들의 문화를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흥미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독일 우편 역사를 전시해 놓은 곳의 노란 자동차, 노란 오토바이에 관심이 간다. 왠지 장난감 같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탐이 난다. 한국에 놓고 온 운전면허증을 갖고 올 걸... 후회가 된다.
친절한 독일인들. 여기서도 드러난다. 내가 독일어로 쓰여 진 안내판을 보고 있자, 직원이 물어본다. "독일어를 원하십니까? 영어를 원하십니까?" 내가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하자, 영어로 박물관 안내를 해준다. 여기에는 뭐가 있고 저기에는 뭐가 있고. 그리고 아래층에 인터넷 로비가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과 친절한 독일인의 따뜻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날씨는 춥지만 마인강의 아름다움을 다시 감상하며 괴테하우스로 향한다.
-------------------------------------------------------------------------
2006년에 네이버 카페 <유랑>에 올렸던 유럽여행기입니다....
위의 내용에서 정보를 추가하자면,
저 1유로 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저렇게 1유로 2유로짜리 물건들을 따로 섹션을 두고 팔고 있어요. 특별히 질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보관용 상자를 살 때는 꽤 살만한 거 같아요.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