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2006 Europa

<Story 1 - Germany> 7. 약속의 도시에 서 있다

카이르 2013. 5. 18. 04:23


프라이부르크. 원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가려고 했던 곳이지만, 그 약속이 깨진 지금 나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 고민은 출발할 때부터 하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숙소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슈투트가르트에서 자야 할지, 언제 가야 하는지...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라이부르크까지는 2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만하임에서 갈아타야 한다. 학교 다닐 때도 언제나 지름길만 찾던 나에게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그리고 아침의 여정도 짧지 않았기에, 몸이 피곤하다.


두 시간이 좀 넘는 시간을 기차에서 보내고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에 부딪힌다. 손이 시렵다. 코트 주머니에서 장갑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다. 기차에다 두고 내렸다. 이미 기차는 떠나버렸는데... 결국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걷기로 하였다.



조용할 거라고 생각했던 프라이부르크는 생각 외로 시끄럽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노란 티셔츠를 입은 녀석들 때문인가 보다. 20명 정도 되는 노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프라이부르크 관광명소, 특이한 간판에서 사진을 찍고, 소리를 지르고, 휘파람을 불으며 돌아다닌다. 프라이부르크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5. 생각보다 늦었다. 아우구스티누스 뮤지엄에 못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다. 입구로 들어가자, 섬세한 조각상들이 날 맞이한다. 그리고 검정 막이 쳐있는 곳에서는 보기만해도 눈이 부시는 금 십자가가 보인다. 2층까지 올라가 관람을 하자, 직원이 이제 문닫을 시간이라도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입구에는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들로 바글바글하다.


박물관을 나서고 무심코 보았던 바닥에 이쁜 모양의 포석들이 놓여져 있다. 포석들을 따라 길을 걸었다. 포석은 물고기








모양, 바나나 모양... 심지어 먹다 남은 사과 모양까지 다양했다. 무심코 바닥만 보고 걷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헤맸을까? 아까 가던 길을 겨우겨우 기억해내며, 걷기 시작했다.



론니플래닛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15분 이상 안 걸린다고 했지만... 15분은 더 헤매었다. 뮌스터 성당을 보았을 때는 느낌상 훨씬 많이 걸은 것 같다. 처음으로 이렇게 헤맸기에, 마음이 불안했다. 하지만 성당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가라앉는 듯 했다.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 앞에 있는 제단을 바라보았다. 제단 앞에 장식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나의 긴장을 풀어지게 하는 것 같다. 졸리다...




아무리 졸려도 성당에서 잘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하이델베르크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다시 역방향으로 걸었다. 시내에는 아까 있었던 노란 티셔츠 집단은 없어,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시끄럽다. 책을 든 학생들도 있고, 쇼핑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과 달라 보이지 않아 보인다.

친근함, 익숙함... 학생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나 보다. 2년 뒤에 난 다시 독일로 올 생각이다. 내가 이 곳에서 펜을 든다면, 그렇게 많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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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기는 네이버 카페 <유랑>에서 2006년에 연재하던 글입니다. 

이 뒷 이야기를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유랑에서 '카이르'라는 닉넴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사진의 개수와 배열은 임의로 변경되었으니, 미리 양해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