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리고 정치학/의회,정당,선거정치론

[민주주의/정당] 정당정치 4. 정당정치의 후퇴?

카이르 2013. 11. 4. 05:41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올렸네요. 

사실은 요 몇 달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시간과 여유가 없었어요. 지금도 그다지 심적인 여유는 없지만, 간간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쓸 글은 '정치혐오에서 벗어나기 프로젝트' 두 번째 주제에 해당되는 정당정치, 그리고 그 네 번째 이야기인 정당정치의 후퇴?[각주:1]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시는 여러분들께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정당 정치가 후퇴했다! 라고 단정하는 게 아니라, 정당정치 과연 후퇴했을까? 라는 뜻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기 전에 앞서 올렸던 정당 정치에 관련된 글을 읽어주시면 더보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정당정치 1. 정당의 정의 및 기능 클릭 -> http://kair17.tistory.com/58

정당정치 2. 정당 모델 클릭 -> http://kair17.tistory.com/59

정당정치 3. 정당 제도 클릭 -> http://kair17.tistory.com/65


또한 의회정치와 정당정치의 엇갈린 부분에 대해서 더 읽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글을 클릭해주세요. http://kair17.tistory.com/56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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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적 균열 구조와 정당체계 


  1) 균열의 정의 


정당정치가 후퇴하고 있는지 부흥하는지를 살피기 전에 먼저 사회와 정당 간의 관계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이 부분을 건너 뛰어야 하나 했지만, 결국 이 부분은 현대 민주주의 꽃인 "선거"와 관련이 있고, 선거의 결과로 정당의 체계가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정당과 유권자의 관계를 집고 가야 정당정치의 쇠퇴여부, 더 나아가 다음 -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이 될 - 선거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언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균열 (cleavage)라는 용어입니다.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고경민, 2007) 에서 "균열이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개인들, 집단, 조직들의 분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균열은 갈등과 동일하지 않으며, 갈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언제나 갈등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매우 어렵게 들리죠?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떠한 갈등에 대해 입장을 가진 개인, 집단, 조직들이 그 차이로 자신들을 그룹으로 구분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종부세에 대해서 찬성, 반대, 중도 등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그룹화 시키는 걸 뜻해요.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런 그룹화, 즉 균열이, 그 집단의 정체성을 갖게하고, 조직화 시킬 수 있다는 거죠. 




  2) 사회균열과 정당체계의 형성 


서구의 국가들은 국민국가 건설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네 가지의 중요한 사회적인 균열을 겪습니다. 


(1) 지배적 문화 vs 종속적 문화 

(2) 교회 vs 정부 

(3) 1차 산업 vs 2차 산업 

(4) 노동자 vs 고용주 혹은 소유주 


(1), (2)는 국민국가 건설과정에 생겨난 균열이고 (3), (4)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균열이죠. 


이 균열구조는 나라마다 갈등의 정도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며, 갈등의 정도에 따라 정당간의 대립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대립구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균열은 4번에 해당될 것이며, 따라서 일반적인 국가에서 현대 정치는 4번에 큰 영향을 받죠. 물론 간간히 3번도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요. 특히 자유무역협정과 관련된 경우에는요. 


그런데 이 균열이 어떻게 정당체계로 발전해 갈까요? 


정치체계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그리고 그 요구가 균열구조까지 가기 위해서는 4가지 관문을 필요로 합니다. 


- 정당화(Legitimation)의 관문

- 통합(incorporation)의 관문 

- 대표성(represetation)의 관문 

- 다수결(majority)의 관문  


'정당화의 관문'은 저항이 음모론으로 분류될 것인지 혹은 비판 등 반대의 권한으로 인정되는 가의 문제를 뜻하며, '통합의 관문'은 그 문제의 지지자들이 단순히 참가자인지, 상대방과 동등한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받는가의 문제이며, '대표성의 관문'은 운동과 결합되어야 하는지, 독자적인 대표권을 획득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며, '다수결의 관문'은 수적 다수의 지배에 저항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의 여부를 뜻합니다. 


4대강을 예로 들어봅시다. 


4대강 살리기가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였다라는 소문 혹은 미디어를 통해 방송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음모론인지, 아니면 진짠지가 판가름이 나겠죠. 만약 이게 음모론으로만 치부된다면, 문제는 정당화가 되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4대강 살리기'가 음모론이 아니라 당연한 비판이라 여기면 이 문제는 정당화가 된 거죠.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시위를 하려고 합니다. 이게 공권력에 의해 진압이 된다면, 통합의 관문이 높은 거고, 만약 집회로 인정받는다면 통합의 관문이 낮은 거고요. 그리고 이 문제 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 걸 확장화 시키는데, 정치 제도 밖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표성의 관문이 높은 거고, 기구를 만들 수 있고, 독자성을 갖는다면, 대표성의 관문이 낮은 거고요. 그리고 이게 원내 정당이 될 수 있다면 다수결의 수준이 낮은 거겠죠. 


이 네 가지 관문의 수준에 따라, 각 국가들은 각기 다른 정당체계를 형성하게 되는 거죠. 


이 결과로 나오는 정당체계는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관문수준

결과적 정당체계 

정당화 

통합 

대표성 

다수결 

 저

저 

고 

고 

단순다수결에 의거한 대표성 및 권력분립 

저 

고 

중 

단순다수결에 의거한 대표성 및 의회주의 

중 

중 

중위수준의 관문을 지닌 비례대표제 의회주의 

저 

저 

저 

저 

저수준의 관문을 지닌 비례대표제 및 민중주의적 다수결제도 

 

하지만 그 수준이 높다고 해서 좋은 정당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고, 그 수준이 낮다고 해서 나쁜 정당 체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정당 체계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3) 균열구조의 다원화 


서구의 정당체계는 1960년까지 안정화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안정화란, 정당체계의 변화가 크지 않고, 유지됨을 뜻합니다. 즉, 정당체계의 폐쇄성이 크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치, 사회적 환경 변화가 있었고, 역시 이러한 변화는 이전에 있던 정당체계의 폐쇄성이 흔들리고, 더 나아가 붕괴를 시켰습니다. 


정당 체계의 변화를 촉진시킨 원인은 


- 산업구조 개편과 계급구조의 변화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환경의 구조의 변화

- 대중의 교육수준 향상과 대중매체의 발달, 확산, 정보화 사회로의 도래 

- 탈물질주의적인 가치관 확산 및 종교의 영향력 감소


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인들이 시민들의 의식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균열구조가 다원화 되고, 정당체계를 변화시킵니다. 


이와 관련한 정당체계의 변화 요인은 


"물질적 풍요와 평화" 


입니다. 결국 생활조건이 안정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면, 유권자들의 욕구는 다양화되며, 결국 정당 체계도 다양화되게 마련이죠. 


하지만 이 균열구조의 다양성은 두 가지의 상반된 결과를 불러 옵니다. 


(1) 거대정당 체계로의 변화 

(2) 군소정당 체제 -> 정당 체계의 파편화 현상 


놀랍죠? 


(1)의 경우, 대중정당들이 탈이념화 되어서, 포괄정당이 되었다는 겁니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 사회보장의 확대와 복지국가 지향 현상으로 인해서 기존 정치의 대립축을 이뤘던 계급적, 종교적 균열이 약화된 거죠. 그래서 기존 대중정당들이 유권자들 사이의 유대감도 멀어졌고요.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대중정당들이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탈이념화 된 포괄정당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한 정당이 여러 가지 이슈를 대변하게 됩니다. 


(2)의 경우는 기존의 정당들이 유권자의 다원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지율이 하락하고,  그 균열을 틈타, 새로운 정당 혹은 군소정당들이 원내로 진입하게 되는 걸 뜻합니다.  


이건 독일의 경우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 사회 역시 하나의 정치적 이념으로만 현존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지지율 하락과 같은 이유로 중도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사민당)의 신중도 노선이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사민당은 우클릭합니다. 역시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메르켈 총리(기민련)도 좌클릭을 하지요. 즉, 탈이념화되서 포괄정당이 되어가는 거죠. 


그리고 이와 반대로 우클릭한 사민당 내부의 반발, 유로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불만을 표시한 우파 진영에서, 각각 좌파당, 독일을 위한 대한 (AfD)라는 정당이 생깁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세대와 정보 이용 문제를 대변하기 위해서 해적당도 등장하게 되죠. 


포괄정당화와 군소정당화, 둘 중 한 가지만 선택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연이어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떤 현상이 발생해도, 결국 정당정치가 이전보다 못하게 되지 않았느냐라는 말은 피할 수 없고, 결국 정당정치 쇠퇴론이 등장하기도 했죠. 



2. 정당 쇠퇴와 위기에 관한 논쟁 


정당 쇠퇴 혹은 위기 논란은 1960년대 정당 황금기를 지나면서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기존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표명해주는 수단이 되었는가?", "유효한 정책기관인가?" 에 대한 의무로 시작됩니다. 


이런 인식의 시작은  


- 정당일체감을 가진 유권자 감소 -> 정당 지지기반 약화

- 무당파 증가 

- 투표율 감소 


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탈정당화론이 제기됩니다. 


이 정당 위기는 다음과 같은 배경과 징후로 설명될 수 있는 데요, 


- 현대사회의 가치관, 이해의 다원화, 정치참여 경로의 기회 확장 -> 정치 참여 경로로서 정당의 기능 상실

- 사회계급적 위치에 따른 특정 정당에 대한 안정적인 일체감, 즉 정당일체감 약화 

- 정당 일체감이 약화되면서, 지지 정당항이 존재하지 않거나, 정당에 대한 정당 지지 약화 -> 정당 지지의 유동성 증가

-> 선거 기구로서 정당 기능의 쇠퇴

-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 투표율 하락 및 부동층 증가 -> 정당 지지 하락을 동반한 정당 쇠퇴 

- 기존의 정당들이 정치 사회에서 새로이 제기되는 정치적 욕구 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함 


여기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 대의적 대리 기관으로서의 정당의 기능은 약화되었지만, 공적인 국가기관으로서의 정당의 역할은 명백히 강화 

- 정당 일체감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정당은 선거참여를 통해서 정부권력의 획득의 목적을 추구 

- 투표유동성의 증가는 유권자와 정당의 관계로 연결지을 수 있음. 정당의 득표활동은 정당리더십, 정당의 정책, 정당 조직의 스타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정당 활동이 유권자들의 선호나 판단에 의해 민감해지므로, 유권자와 정당의 관계가 다른 방식으로 전환됨. 

- 새로운 정당들의 도전으로 인한 기성정당의 위기만 부각되었고, 기성정당의 대응은 간과하고 있음. 


즉, 정당 위기론은 유권자와 정당 간의 일체감 약화, 정치 참여 경로로서의 정당의 기능 상실, 기존 정당의 대한 신생 정당들의 도전을 이유로 주장되고 있지만, 이는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으므로, 위기라고 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반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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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정당체계와 사회균열 구조의 변화는 위의 이론을 가지고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서구와 다른 방법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회 내 사실상 다수의 정당이 들어선 건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니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민자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새누리와 평민당-열린우리당 + 민주당으로 이어진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과 더불어 옆에 양 옆으로 다른 정당들이 있죠. 최장집 교수에 의하면 한국의 거대 정당들은 서구의 포괄정당처럼 대중정당에서 발전한 게 아닌, 포괄정당의 형태이며, 선거 전문 정당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 옆에 정당들은 아직 안정적인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고요. 


2. 그렇다고 정당정치의 쇠퇴를 말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정치적 의사결정 기관은 행정부와 입법부 입니다. 입법부에서 법안을 통과 시키기 위해서는 의회 내 의석 수가 중요합니다. 행정부를 통한 법안 발의도 여당의 의석 수와 정당 내부의 결속의 정도가 중요합니다. 즉,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정파의 세력화는 중요하고, 그 것도 사실상 정당으로 제도화 되어 있습니다. 


3. 결국 정당 정치가 쇠퇴하는지 부흥하는지는, 현재 정당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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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챕터를 더 넣었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긴 글을 쓰고 말았네요. 


오늘 내용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논란거리도 많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한국에는 제 3세력이 매 선거에 나오고 있고, 그들이 제도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도화가 어렵다면, 그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제도적, 비제도적인 토론이 계속되고 있고요. 한편, 환경, 양성평등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있지만, 경제, 정치 이슈가 지배적인 가운데, 이른바 '보수'와 '진보'가 1:1로 세력화되고 있고요. 그 와중에 정당정치의 위기론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정당 위기론이 정치학, 정치사회학에서 제기되는 원인과 비슷한지, 다른지를 살펴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 써보았습니다. 


다음 번에는 앞서 예고했던 것과 같이, '정치혐오에서 벗어나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이야기인 '선거 정치'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렵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1. 고경민 (2007): 정당정치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3쇄, 인간사랑, Pp. 239 ~ 259 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