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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destag/연방의회] 독일연방의회 선거 Bundestagswahl 2013 - 1

카이르 2013. 11. 7. 04:18

안녕하세요, 

한국은 지금 통진당 정당해산청구를 당했고,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영국에 화창한 날씨를 선사하며 버킹검 궁에서 잠시 체류 중이네요. 


지난 번에 포스팅을 한 후 만 이틀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특성 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고요, 밀린 포스팅을 해야겠습니다. 9월 22일에 연방 선거가 있었고, 포스팅을 하기엔 한 달도 넘었고, 그리고 여전히 대연정계약서는 작성 중이라,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3일 전에 어떤 분과 트윗에서 독일 선거 제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 대화를 관전하고 계셨고, 저도 독일의 소식을 전달할 겸, 오늘 이렇게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도입된 제도에 대해서 공부도 할겸요 ^^;;


이 포스팅에서는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선거 제도 위주로 분석하려고 합니다. 


숫자도 나오고, 그래서 다소 쉽지 않은 포스팅이지만요, 그래도 잘 읽히도록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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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의 선거제도[각주:1] 

   

1) 독일의 선거제도는 "personalisierte Verhältnissewahl mit geschlossenen Liste (폐쇄형 정당명부제를 가미한 인물적 비례대표제)"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정당명부제는 폐쇄형이든 개방형이든 비례대표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정당명부제의 하나입니다. 즉. 비례대표제나 정당명부제를 기반으로 한 지역구제 포함 선거제도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독일 연방 의회 선거에서도 두 장의 표가 주어지는데요, 하나는 지역구 후보를, 다른 하나는 정당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지역구 의원 따로, 비례 대표를 따로 뽑는 게 아닙니다. 두 번째 득표로 연방 의회의 의석을 나누고,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우선으로 내세우고, 그 뒤로 명부에 있는 당선자들에게 순서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거죠. 


2) 독일 연방 의회 선거의 지역구는 299개이며 정당명부제로 뽑히는 의석 수도 299개입니다. 기본 598석에, 선거 결과에 따라 Überhangmandate (추가의석)와 Ausgleichsmandate (균형의석: 이번 선거부터 도입)이 더해져, 의석수가 증가합니다. 2013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는 631석으로 정해졌습니다. 


- 선거구 획정은 한 지역구당 독일 전 유권자 수가 지역구 평균 인구 15%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기준에서 정합니다. 

- 정당명부제를 포함한 기본 의석수 책정은 선거 전해 마지막날 인구 수를 기준으로 해서 한 의석을 얻기 위해 필요한 득표를 기준으로 해서 13개 주와 3개의 특별시의 인구 맞춰 분배합니다. 


따라서 독일 연방 의회의 지역별 의석수는 다음과 같이 분배되어 있습니다.


 

의석수 (지역구)

주 

의석수 (지역구) 

 

의석수 (지역구) 

 

의석수 (지역구) 

 Schleswig-Holstein

22 (11)

Bremen 

5 (2)

Nordrhein-Westfalen 

 128 (64)

Rheinland-Pfalz 

30 (15)

Mecklenburg-Vorpommern 

13 (6)

Brandenburg 

19 (10)

 Sachsen

32 (16)

 Bayern

 92 (45)

Hamburg 

13 (6)

Sachsen-Anhalt 

 18 (9)

 Hessen

43  (22)

 Baden-Württemberg

76 (38)

 Niedersachsen

59  (30)

Berlin 

 24 (12)

 Thüringen

 17 (9)

 Saarland

 7 (4)


이렇게 주당 의석 수를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연방 전체 비례대표 득표로, 각 정당별 총 의석 수가 정해지지만, 추가의석 및 균형의석을 정할 때 기준이 바로 각 주에서 얼마나 득표했는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3) 선거에서 득표를 한 모든 정당들이나 후보자들이 의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1) 정당 명부 투표에서 5% 이상 획득 

   (2) 한 정당이 지역구 3개에서 당선되면, 5%를 충족하지 못해도 의회 입성 가능. 


하지만 지역구 선거의 특성 상, 비교적 커다란 두 개의 정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2번의 효과는 적다고 보셔도 됩니다. 물론 바이에른 주에만 출마하는 기독교사회연합이 (2)번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정당은 이미 자력으로 정당 득표율 5%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4) 독일 선거법에서는 사실상 한 후보가 지역구 선거와 정당명부 선거에 모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후보가 지역구 선거에서 지면, 정당 명부 리스트 순번에 따라 의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5) 초과의석 (Überhangmandate), 부정적 득표비중 (Negatives Stimmgewicht) 그리고 균형의석 (Ausgleichsmandate)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거의 완벽한 선거제도라고 하지만, 지역구 선거로 획득한 의석과 정당명부제로 획득한 표에 차이가 있을 경우가 늘 발생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거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1) 초과의석 (Überhangmandate)[각주:2]


지역구 선거로 획득한 의석수와 정당명부제로 획득한 의석수가 다른 경우는 두 가지가 있겠죠. 


첫 번째 경우가 

  

 - 지역구 선거 의석수 < 정당명부제로 득표해서 얻은 정당의 의석수 


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당명부에 있는 리스트에 포함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 지역구 선거 의석수 > 정당명부제로 득표해서 얻은 정당의 의석수 


이 두 번째 경우입니다. 정당 명부제로 의석수를 정한다고 해도, 의석 배분은 1차로 지역구 선거 당선자가 차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구가 주 별로 분담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구 선거로 획득한 의석수가 정당명부로 획득한 의석수보다 많은 경우가 생길 때, 의석이 잉여로 추가되는데요. 이걸 Überhangmandate, 즉, 초과의석이라고 부릅니다. 


  (2) 부정적 득표비중 (Negatives Stimmgewicht) 


만약 이 잉여 의석을 그대로 추가시킨다면, 의석수가 증가할 것입니다. 그 의석수 증가를 막기 위해서 부정적 득표비중이라는 제도를 도입합니다. 이 부정적 득표비중이란, A란 주에서 추가의석이 생긴다면, 그 의석을 그대로 추가하는 게 아니라, 의석수가 남는 B 주에 추가시키는 거죠. 


  (3) 균형의석 (Ausgleichsmandate)[각주:3] 


그래도 초과의석으로 인해 정당 명부제로 인한 득표율이 실제 선거 결과와 어긋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초과의석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갑작스럽게 제기된 다음과 같습니다.[각주:4]

 

첫째,초과의석은 말 그대로 지역구 선거 결과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두 개의 커다란 정당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에만 이득이 됩니다. 

둘째,바이에른 주에만 출마하는 기독교 사회연합은 아무리 지역구 의석을 많이 획득하더라도 초과의석수를 획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2년 7월에 균형의석 법안이 칼스루에 법원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균형의석 수는 각 정당이 정당 명부제에서 득표한 수에서 Sainte-Laguë-Verfahren[각주:5] (1의석을 얻기 위해 필요한 득표수)으로 나온 수 (2013년 선거 기준으로 58,420)로 나눠서, 의석 수를 배정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문제가 있는데요, 초과의석의 발생 정도에 따라 균형의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의석수가 선거 결과에 따라 급증할 수도 있고, 최대 800석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6.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2. 독일연방의회 선거 2013[각주:6][각주:7]


제도를 문자로 설명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위와 같은 제도가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에 되었는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면 편할 거 같아요. 사실은 이번 독일연방의회 선거 제도가 어떻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길게 설명한 거지만요. 


  1) 독일연방의회 선거 결과 1 - 기본 의석수(598)를 정당 명부선거 기준으로 한 의석 분할 


정당 

정당명부제 득표율 (단위: %)

의석수 

 기독교민주연합(CDU)

41.5

242

 사회민주당(SPD)

25,7 

183 

 좌파당(die Linke)

 8,6 

 60

 녹색당(die Grüne)

8,4

 61

 기독교사회연합(CSU)

7,4

 56

 그 외

15,7 (FDP 4,7, AfD 4,8) 

 총

 

 602

투표율: 71,5%


위의 결과에서 하나 추가할 사항이 있다면, 기독교민주연합이 브란덴부르크에서 1석, 라인란드팔츠 2석, 잘란트에서 1석의 초과의석을 획득하였고, 그래서 원의석 598석이 아닌 602석으로 계산이 됩니다. 또 하나 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독일 연방 의회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정당 명부 투표에서 5%을 득표해야 합니다. 따라서 전후에서 지금까지 군소정당의 한 축을 담당했던 FDP 자유민주당이 의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 독일연방의회 선거 결과 2 - 각 정당별 지역구 획득 

정당 

지역구 

기독교민주연합(CDU) 

191 

 사회민주당(SPD)

58 

 좌파당(die Linke)

4 

 녹색당(die Grüne)

1 

 기독교사회연합(CSU)

45 

 총

 299  

투표율: 71,5%


만약 지역구 선거만 했더라면, 아마도 선거는 기독연합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을 것입니다. 물론 좌파를 선호한다면 반대로 사민당에게 더 이익이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좌파당과 녹색당이지요. 


  3) 독일연방의회 선거 결과 3 - 균형의석 제도 적용 (Sainte-Laguë-Verfahren Divisor = 58.420)

 정당

정당명부투표 득표 

균형의석수

총 의석수 (기본의석수)

 기독교민주연합(CDU) 

14.921.877

 13

 255 (242)

  사회민주당(SPD)

 11.252.215 

 10

 193 (183)

 좌파당(die Linke)

 3.755.699

 4

64 (60) 

  녹색당(die Grüne)

 3.694.057

 2

60 (58) 

 기독교사회연합(CSU) 

 3.243.569

 -

56 (56) 

 

36.867.417  

 29

631 (602)


원래 의도와 다르게 균형의석수 도입으로 기독교 사회연합이 의석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또한 기독교 민주연합이 균형의석 수 도입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정당들도 그만큼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왔기 때문에 의회 과반의석을 획득하기 어려웠던 거죠. 




정당 명부제를 도입하면서, 그리고 지역구 선거결과보다 정당명부제로 득표한 비율로 의석을 따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군소정당이 의석 수에 이득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반면 5%최저 득표율제를 적용하면서, 아주 작은 정당들이 의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되었고요. 균형 의석제도 도입으로 딱히 눈에 보이는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균형의석제도만 아니었고, 기독연합이 지지율 1~2%를 넘겼으면 단독 정부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는 기사도 눈에 띠었습니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어떻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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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에 대해서 약간의 사족을 달아야 하겠습니다. 


1. 선거제도를 이야기할 때 빼먹을 수 없는 게 선거구의 크긴데요. 한국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는 도시 하나 이상을 지역구로 택하기 때문에, 비교적 넓지만, 하나의 선거구당 1명의 당선자만 존재하며, 그 나머지도 비례대표제로 채워주기 때문에 선거구제 크기가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2. 독일에서 연방 의회 선거를 했을 때, 한국 언론사들의 빵빠레가 상당히 눈에 거슬렸거든요. 물론 선거기간 전후로 기독교연합의 지지율이 40%이상을 넘겼고, 어쩌면 '과반' 달성으로 단독으로 정부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여전히 대연정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점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기독교연합이 정당명부 득표율이 42%를 넘자, 기독연합 단독 정부 수립과 더불어 메르켈의 3선의 확정을 외쳤습니다. 


물론 42%가 넘었으면 기존 제도라면 분명히 기독교 연합이 단독으로 정부를 세울 수 있었겠지만, 개표 한 지 30분도 안되서 확실시 했었고, 새로 도입된 제도로 인해서 과반 달성이 어려울 거라는 예상이 독일 신문들이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도, 한국 언론들은 기사를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메르켈 총리가 3선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독 연합의 단독과반을 실패하고, 자민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이 연방 의회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좌파 정당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좌파 정당 간의 사정으로 인해, 사실상의 좌파 연합은 불가능 했지만요. 


3. 제가 처음에 이 내용을 접했을 때, 페이스북 친구분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 때 조사의 미진한 부분으로 균형의석이 비례 대표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 글로 인해서 그 때의 오류나 불분명함이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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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선거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선거제도가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 논의를 해보도록하죠.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1. http://www.wahlrecht.de/bundestag/index.htm 내용 요약 [본문으로]
  2. http://www.t-online.de/nachrichten/deutschland/bundestagswahl/id_65589402/das-neue-wahlrecht-bundestag-erstmals-mit-ausgleichsmandaten.html [본문으로]
  3. http://www.t-online.de/nachrichten/deutschland/bundestagswahl/id_65589402/das-neue-wahlrecht-bundestag-erstmals-mit-ausgleichsmandaten.html [본문으로]
  4. http://www.bundestag.de/dasparlament/2013/32-33/Themenausgabe/46236896.html [본문으로]
  5. http://de.wikipedia.org/wiki/Sainte-Lagu%C3%AB-Verfahren [본문으로]
  6. http://www.bundeswahlleiter.de/ 참조 [본문으로]
  7. http://www.bundeswahlleiter.de/de/aktuelle_mitteilungen/downloads/20130925_Erl_Sitzzuteilung.pdf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