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일어난 일/독일, Deutschland, Germany

[Bundestag/연방의회] 독일연방의회 선거 Bundestagswahl 2013 - 3

카이르 2014. 3. 31. 08:01

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포스트에서 예고했던 대로 독일 연방의회선거에서 가장 중요했던 두 정치인과 정당이었던 메르켈-기독교연합, 슈타인브뤽-사민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곁다리로 좌파당과 사민당의 관계도 이야기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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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연방의회선거 결과와 의석수


이번 선거의 평을 하자면 2009년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연합(CDU/CSU)가 여론조사에서 우위였지만, 원래 연정파트너였던 자민당이 5%을 넘을 수 있을지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대연정(기독교연합-사민당)을 것인지, 흑녹(기독교연합-녹색당)을 할 것인지가 문제였죠. 하지만 대체적으로 대연정의 가능성이 높은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선거 결과 <표1>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정당 

CDU/CSU 

(기독교 연합)

SPD

(사회민주당) 

die Linke

(좌파당) 

die Grüne

(녹색당) 

FDP

(자민당) 

AfD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 득표율

(Die Zweite Stimme)

 41.5%

25.7% 

8.6% 

8.4% 

4.8% 

4.7% 

 의석수

(총: 631)

311

193 

64 

63 


선거 결과는 다음과 같이 4개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재미있는 건 실제 선거에서는 보수진영(기독교연합/자민당/독일을 위한 대안)이 얻은 득표수가 더 많았는데, 실제로 의석수는 좌파진영(사민당/좌파당/녹색당)이 더 많이 얻었다는 거죠. 연정의 기준은 의석 수 입니다. 그리고 대연정을 하게 되면 대연정 파트너가 더 성향이 강하지 않으면, 이른바 협상 파트너가 되기 때문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죠. 그래서 1차 메르켈 내각 체제 하에서 사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죠.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민당 일부에서는 대연정을 반대하기도 했고, 그래서 전 당원 투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따지면 이번 선거에서 독일 유권자들은 대연정을 원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표2> 가능한 연정별 선호도[각주:1]


위의 표에 따르면 선호하는 연정은 대연정(58%), 흑녹연정(32%), 좌파연정(22%), 비선호하는 연정은 좌파연정(67%), 흑녹연정(43%), 대연정(25%)입니다. 가능한 연정에서는 대연정을 제외하고 호가 선을 앞지르는 연정은 없었습니다. 즉, 이번 선거에서는 대연정을 선호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죠.


그럼 사람들은 대연정을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2. 대연정 선호 이유 

   1)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 


<표 3> 지난 내각에 대한 만족도 [각주:2]


선거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건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입니다. 지난 정부의 평가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대안들이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만,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일단 중요한 요소죠. 독일도 그를 지나칠 수 없습니다. 다만 독일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 연립정부에 대한 평가를 의미합니다. 


지난 정부의 만족도는 51%로로 생각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입니다. 메르켈 총리가 속해있는 기독교민주연합은 57%, 그 기독교민주연합의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연합에 대한 만족도는 43%, 그런데 그 연정파트너인 자유민주당에 대한 만족감은 12%에요. 그래도 10%이하는 아니니까 이번 선거에서 5%이상의 득표율은 얻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고 하시겠지만, 만족도가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연합의 이번 선거 득표율도 41.5%였어요. 만족도와 득표율의 차이가 16% 넘게 났습니다. 



   2) 선거 주요 이슈

자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도 언급했습니다만 (독일연방의회선거 2: http://kair17.tistory.com/77), 이런 만족도와 별개로 당시 유권자들이 원하거나 관심있던 테마도 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지난 선거에서 독일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테마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새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요? 

<표 4> 위: 어떤 테마가 이번 투표 결정에 가장 중요했는가?/아래: 새로운 정부는 어떤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하나?[각주:3]


역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한국이나 독일이나 "경제"입니다. 2013년 연방정부 선거에서 가장 중요했던 테마는 적정한 임금과 일자리 조건 (57%), 안정된 노년연금(57%), 유로의 미래 (31%), 비밀정보부를 통한 감시에 대한 논란 (17%) 순이고, 다음 정부에 기대하는 건 사회적 평등-분배(51%), 경제성장(32%) 입니다. 


부의 사회적 분배나,적정한 임금이나, 노년연금 사회적 테마이고, 따라서 지난 선거 때에 비해서 사회문제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테마 모두 사민당이 지배하고 있는 테마인데, 독일 유권자들은 사민당이 아니라 기독교 연합을 선택했을까요? 



3. 사민당의 선거 패배의 원인 

   1) 인물 경쟁력 

인물 경쟁력이라 하면 개인의 경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메르켈 총리의 도전자로 나왔던 Peer Steinbrück도 결코 떨어지는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메르켈 내각 1기 때 재경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수행도나 만족도도 높았고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매력이나 선거 중에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등등을 평가했을 때를 말합니다. 물론 슈타인브뤽 후보가 사고를 치긴 했었어요. 


위의 사진은 독일의 일간 신문인 Süddeutsche Zeitung의 금요일에 발간되는 매거진 인터뷰에 실린 사진(http://www.sueddeutsche.de/politik/spd-kanzlerkandidat-im-sz-magazin-steinbrueck-zeigt-den-stinkefinger-1.1769507)입니다. 인터뷰는 질문에 말 없이 동장으로만 표현하는 거였는데, 그 중 일부를 표지로 쓰면서 발생한 일이었죠. 이 사진으로 슈타인브뤽 후보는 패러디 대상이 되긴 했지만, 오히려 이런 일은 빙산의 일각이었을 거 같아요. 

<표 5> 상: 직접 선거시 누구를 총리로 뽑을 건가요? 하: 의정활동에 대한 만족도[각주:4]


독일은 총리를 의회의 간접선거로 선출합니다. 일단 선거로 의회로 들어가는 정당이 결정되면, 그 정당들의 연정을 통해 총리를 선출하는 거죠. 각 정당의 총리후보는 미리 선출됩니다. 그래서 위의 표의 직접선거는 가상의 상황이죠. 가상으로 직접선거를 했을 때 메르켈 총리에게 밀립니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 3선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이 부분에서는 "명성"이 중요하지만, 아래 표를 보면 다른 정당의 당대표들과 비교했을 때도 슈타인브뤽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져요. 


그리고 메르켈 총리가 본인의 선거구인 Vorpommern-Rügen - Vorpommern-Greifswald I에서 56.2%의 득표를 얻은 반면, 슈타인브뤽은 자기 선거구에서도 졌습니다. 


물론 메르켈 총리의 인물 경쟁력도 놓치지 말아야 할 점입니다. 그녀의 인물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일단 사민당과 녹색당 지지자들에게도 좋은 편이고, Donsbach의 교수에 따르면, 정당을 선택하지 않은 계층에게도 슈타인브뤽에 비해서 메르켈의 인물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해석정리본: https://www.facebook.com/kair17/posts/10151761552270009) 


   2) 정당 경쟁력 

선거에서 인물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독일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정당이고, 따라서 그 정당의 경쟁력 역시 중요합니다. 즉, 기독교 연합과 사민당의 경쟁력 차이도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 6> 상: 누가 연방정부를 이끌고 가야하나? 중: 정당 경쟁력 하: 2005년과 비교한 기독교연합의 경쟁력[각주:5]


맨 위의 표에서는 기독교연합이 사민당에 비해 연방정부를 이끌고 나가기에 적합하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민당이 가정경제, 적정한 임금, 평등 문제에 대해서 기독교연합에 비해 경쟁력이 있지만, 기독교연합은 경제, 유로존 위기에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연합은 가정 경제를 제외하고 경제, 일자리 창출, 조세 정책에 대한 경쟁력도 2009년에 비해선 상승했고요. 


이번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테마 선점력이 뛰어났지만, 결국 리더십 문제와 정당 경쟁력에서 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3) 동독에서의 실패 


이 단락의 제목은 사민당 선거 패배의 원인입니다. 분명히 기독교 연합의 선거 승리의 원인도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이런 제목을 지은 이유는 사민당과 좌파당의 관계, 그리고 사민당의 동독에서의 사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좀 더 구조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표 7> 동독(오른쪽)-서독(왼쪽) 간의 선거 결과 차이[각주:6]


위의 선거 결과를 보면 눈에 드러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독교연합 (3.7%), 사민당 (9.5%), 녹색당 (4.2%)은 동독에 비해 서독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고, 반면 좌파당 (17.1%)은 동독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유독 사민당이 동독에서 선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에 게하르트 슈뢰더 내각은 노선 싸움을 하게 됩니다. 오스카 라폰타이네(Oskar Lafontaine)[각주:7]가 우클릭한 적녹연정의 프로그램에 비판하게 되었고, 2005년에 라폰타이네는 WASG(Wahlalternative Arbeit & Soziale Gerechtigkeit: 노동과 사회 평등을 위한 대안)이라는 정당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정당은 과거 공산당의 전신인 PDS와 합쳐지고, 새로운 정당인 Die Linke [각주:8]로 태어납니다. 말 그대로 좌파 정당인데요. 우클릭한 사민당 내부에서 빠져 나오기도 했고, 그리고 과거 공산당 전신이어서 그런지, 현존하는 정당들에 비해 좌파성향이 많이 강합니다. 독일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원내 정당이 좌파당이고, EURO로 폐지하자는 유일한 원내정당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사민당은 동독 지역에서 힘을 많이 못 씁니다. 그리고 연방선거기간 초기에 슈타인브뤽 후보도 동독 지역에 상처주는 발언도 많이 했고요.[각주:9] 실제로 사민당에서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쪽은 NRW주, 니더작센주, 헤센주이며, 이 세 주는 모두 서독에 속합니다. 그리고 바이에른 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도 합류했고요. 그래서 사민당 동독 연합은 정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에요.[각주:10]


반면에 기독교 연합은 동독지역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한 메르켈 총리가 총리후보로 나섰고요. 또한 아무리 동독지역이 좌파라고 해도, 흔히 말하는 리버럴한 성향의 좌파도 있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좌파도 많아요. 또한 이런 보수적인 성향의 동독 출신인들을 서독출신들과 비교하면 기민련 지지자들이 될 수도 있고요.  


이 내분을 끝내고, 사민당도 동독 지역에 대한 좋은 정책,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사민당이 선거에서 진 이유는 인물경쟁력, 정당 경쟁력, 그리고 동독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기독교연합의 그것과의 경쟁력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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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내용이 상당히 기네요. 


1. 전 슈타인브뤽 총리 후보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좀 차가워 보이긴 해도, 말도 잘하고 판단력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소 이 글에서는 제가 슈타인브뤽 총리후보를 비난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2. 다시 좌파당에 대해서 기술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좌파당과 사민당의 갈등, 또한 좌파연정이 잘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꽤 언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3.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럽 의회 선거에 관한 내용과 각 나라별 선거제도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 포스트 재미있게 읽어주시고요, 다음번에 뵙죠. 



  1.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index.shtml [본문으로]
  2.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index.shtml [본문으로]
  3.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index.shtml [본문으로]
  4.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index.shtml [본문으로]
  5.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index.shtml [본문으로]
  6. http://wahl.tagesschau.de/wahlen/2013-09-22-BT-DE/wahlmonitor/index.shtml [본문으로]
  7. http://en.wikipedia.org/wiki/Oskar_Lafontaine [본문으로]
  8. http://en.wikipedia.org/wiki/The_Left_(Germany) [본문으로]
  9. http://www.tagesspiegel.de/politik/btw13/reaktionen-auf-steinbruecks-merkel-attacke-beleidigt-der-spd-kanzlerkandidat-die-ostdeutschen/8598330.html [본문으로]
  10.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spd-interner-streit-zwischen-ost-und-westdeutschen-landesverbaenden-a-945208.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