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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Eurovision Song Contest 2014

카이르 2014. 5. 18. 10:53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럽의 뮤지션들의 축제인 Eurovision Song Contest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예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정치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한편으로 유럽사회의 한 측면을 볼 수 있을 거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능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 사회 이야기의 연장선 상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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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urovision Song Contest 개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연합이 만들어진 21세기 초반이 아니라 1956년에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매년 시작된 유럽 국가들의 음악 경연입니다. 참여하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유럽 방송 연맹 (European Broadcast Union: EBU)의 멤버국가들이 참여하며, 처음에는 European Grand Prix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베네룩스, 스위스, 이렇게 8개의 국가가 경연을 펼쳤으며, 현재는 52개의 국가가 경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엔 37개의 국가가 본선에 올랐으며, 26개의 국가가 결승에 올라 경연을 펼쳤습니다. 참여 국가, 콘테스트의 명칭, 투표 방식도 변했어요. 현재는 전화투표 50%와 배심원 판정 50%로 결정되며, 이 방식은 2009년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화투표와 배심원 판정은 본인이 속해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국가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점수는 1, 2, 3, 4, 5, 6, 7, 8, 10, 12점으로 할당이 되고, 이 점수로 위너를 결정하는 거죠. (더 많은 정보는 http://en.wikipedia.org/wiki/Eurovision_Song_Contest)




2. Eurovision Song Contest 2014 결과




사실 전 음악에 크게 관심도 없고, 그래서 이 경연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올해 이 경연을 처음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트친 중에 한 분이 보내준 참가자의 노래였고, 그 노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5월 6일, 8일 준결승전이 있었고, 10일에 결승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결과부터 열어볼게요.











그리고 1, 2, 3위를 한 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3위: Undo - Sanna Nielsen (Sweden)



2위: Calm after the Strom - The Common Linnets (the Netherlands)



1위: Rise like a Phoenix - Conchita Wurst (Austria)





(나머지 23개의 곡은 Youtube에서 Eurovision Song Contest 채널을 검색하면 나옵니다.)



3. 결정 기준?




참가자들은 국내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결정됩니다. 그래서 출전자의 이름보다 '국가'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실제 위의 결승 결과를 보면 가수 이름이 아니라 국가 이름이 나와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전문가로 이뤄진 배심원의 판결과 전화 투표가 같은 비율이기 때문에 때로는 결정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여기선 시청자-배심원들의 선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취향 차이




실제로 배심원들과 전화투표의 결정이 엇갈린 경우가 좀 있긴 했었어요.






위의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배심원 점수에서 12위, 전화투표에서는 8위를 했고요. 이런 차이가 가장 컸던 건 폴란드 (전화투표: 5위, 배심원: 23위)와 말타(전화투표: 25위, 배심원: 5위)




















폴란드의 경우는 전체적인 표로 봐서 차이가 컸을 수도 있지만, 방송을 보면서 시원시원하게 가슴을 드러내는 것에 덧글로 열광하던 독일 사람들을 보면, 취향 차이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폴란드는 슈피겔[각주:1]에 따르면 영국, 아일랜드, 독일, 오스트리아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마케도니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말타 대표로 나온 Firelight의 Coming Home은 가사도 그렇고, 정치적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2) 기존의 정치적인 결정




사실 본인이 속한 국가 출신이 아닌 가수들을 선택하다보니까, 정치적인 계산이 들어갈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정치적 계산에는 지리, 민족, 현재 선택 국가와의 정치적인 관계 등을 뜻합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결승전을 보고 있는데, 독일 Das Erste의 해설가인 Peter Urban이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의 결과를 볼 때마다 계속 한탄하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오스트리아 나왔을 땐 Habe ich richtig gesehen? Keine Punkte für Deutschland von Österreich? (내가 제대로 봤어? 오스트리아한테 한 점도 못 받은 거야?) 라고 외치기도 했었죠. 그 전까지는 이웃 국가들이 독일에게 점수를 나눠주기도 했나봐요. 뭐, 독일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이런 지리적 위치도 있겠지만, 다른 재미있는 건 민족분포에 따라 같은 민족에게 점수를 더 줄 수 있다는 거? 준결승에서 에스토니아 팀이 나왔을 때, 그 가수가 러시아계라 아마 러시아에서 점수를 더 받았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러시아에 준 점수가 왜 이렇게 낮지? 거기에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요. 사실 위의 지도와 별로 다르지 않겠지만, 러시아 계처럼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경우는 분명히 타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점수가 있다는 뜻으로 들렸어요. 유럽이 민족 분포는 다음과 같습니다.[각주:2]









계속 동유럽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유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동유럽 국가들의 결승자 결정의 범위가 조금 더 제한되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위성국가들도 많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입 문제도 안 끝났으니 아무래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음은 201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러시아에게 점수를 준 국가들입니다. 이스라엘, 포르투갈, 그리스, 말타를 제외하고선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속한 국가들이 러시아에게 점수를 주었네요.





4. Conchita Wurst가 우승한 이유는?




이제 슬슬 결론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Eurovision Song Contest 2014년의 결승자인 Conchita Wurst로 내리려고 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영상을 봅시다.









Conchita Wurst의 외모는 한국에서 좀 받아들이긴 힘들죠. 네, 경연 내내 "수염 달린 여자"라는 별명을 붙이고 다녔던 Conchita Wurst는 Thomas Neuwirth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장을 즐겨했다고 하고, 게이라고도 하고 말은 많지만 (더 많은 이야기는 http://en.wikipedia.org/wiki/Conchita_Wurst), 일단 그것보다는 경연 내내 "여성"으로 여겨졌다는 거죠. 그리고 그녀는 경연하는 내내 자신의 여성성을 과시하기도 했어요. 화장하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올리던가, 그렇게요. 그래서 단순히 음악, 노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새로운 논란을 불러옵니다. "완벽한 쇼인가? 아님 정치적인 시그널인가?"라는 논쟁요.




Conchita가 우승 소감을 말할 때 "오늘밤은 자유와 평화를 믿는 사람들에게 헌정하겠다"라고 말해요. 한편으로 독일 해설자인 Peter Urban도 유럽은 생각보다 관용적이고, 수염보다는 예술가로서 사람을 인정했다고 했고요. 조금은 특별한 논쟁이죠.(논쟁(독어): http://www.eurovision.de/conchita120.html)




제가 봤을 땐 결국 기준은 두 가지에요.




1. 참가자들 중에서 유독 Conchita Wurst의 능력이 출중했나?

2. Conchita Wurst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성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았느냐?




이번 Eurovision Song Contest는 어느 때보다 참가자들의 역량이 출중하다는 평가도 많았어요. 한편으로 Conchita Wurst가 부른 Rise like a Phoenix도 훌륭했다는 평가도 많고요. 그리고 이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유독 Rise Like a Phoenix를 따라 부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Conchita에게 높은 점수를 준 나라들을 보면 가톨릭 국가들이 많아요.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오스트리아도 그닥 열린 나라는 아니에요. 이런 나라에게 점수를 땄다면, 분명히 음악적 능력,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해서 유럽의 관용적인 마인드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은 못합니다. 분명히 어느 정도 열린 시선이 아니라면 Conchita Wurst가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국가 대항전에서는 분명히 정치적 선택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능력이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포스트를 한 이유는




생소할 수도 있는 유럽의 대중 문화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서 유럽 사회의 단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요. 아마도 5월 내에 올라갈 글들은 독일과 유럽 정치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그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P. S. 전화투표와 배심원 판정 표를 잘못 읽어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독알 시청자 평가자료는 전화투표와 배심원 판정 결과로 바꿨고요. (자료 출처: http://www.eurovision.de/news/So-hat-Deutschland-abgestimmt,votingkopenhagen101.html) 오류와 수정 사과드립니다.
  1. http://www.spiegel.de/wissenschaft/mensch/conchita-wurst-beim-esc-abstimmung-von-jury-und-zuschauern-a-968858.html [본문으로]
  2. http://www.eupedia.com/europe/maps_of_europe.shtml#ethnicitie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