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일어난 일/유럽, Europa, Europe

[유럽연합/Europäische Union] 유럽의회 선거 Europawahl 2014 - 1. 유럽연합 그리고 선거

카이르 2014. 6. 2. 10:24
안녕하세요, 약 2주만에 인사드리네요.

2014년 5월 25일은 선거가 몰려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살고 있는 빌레펠트가 속해 있는 Nordrhein-Westfalen 주를 비롯한 8개 주의 기초선거, 빌레펠트 지하철 연장 공사 및 5호선 건설에 관한 주민투표, 통합청(이민자들을 위한 기관) 그리고 유럽의회 선거가 있었습니다.
다른 선거들도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조만간 짚고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일단 유럽의회 선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3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리 예고하자면


1. 유럽연합과 선거
2. 독일의 유럽의회 선거
3. 유럽회의주의 정당의 돌풍

과 같고요.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유럽연합과 선거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1.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말 그래도 유럽의 국가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연합되어 있는 국제 기구이기도 하지만, 국가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조직들도 함께 엮여 있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국가들의 연합체인 다른 국제기구와는 다른 성격을 띱니다. 그러니까 다른 국제기구들은 국제정부기구지만, 유럽연합은 국제기구로서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 거버넌스 (정부기관과 사적 영역의 협의체)의 구실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기엔 매우 복잡해요. 아직 저도 더 배워야 하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정치에 관련된 기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럽의회 선거와 관련이 있는 기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해요.

유럽연합에서 정치를 담당한 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입니다.


1) 유럽의회 (European Parliament)[각주:1]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말 그대로 유럽인들의 의회입니다. 당연히 유럽연합 가입국의 국민들에 의해 구성원이 선출됩니다. 이 구성원의 선출은 선거 원칙(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출 시기(5년에 한 번씩)와 비례대표제 실시한다는 제외하고는 가입국가들의 유럽의회 선거법에 따릅니다. 그리고 원내 교섭단체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정당끼리 연대한 경우 구성됩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사회당, 영국의 노동당은 같은 S&D(Progressive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교섭단체에 속해 있습니다. 교섭단체가 구성될 수 있는 조건은 가입국가의 1/4에서 소속정당이 입성해야 하며, 25개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야합니다.

2014년 5월 현재 유럽의회의 원내 교섭단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Groupe of the European People's Party (EPP, Christan Democracy) - 유럽인민당: 기독교민주당류의 연합

Groupe of the Progressiv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in the European Parliament (S&D) - 유럽 사회민주당

Alliance of Liberals and Democrats for Europe (ALDE) - 유럽 자유민주당

The Greens-European Free Alliance (Green/EFA) - 유럽 녹색당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ECR) - 유럽 보수개혁당 (기독교민주당 연합이 아닌 보수정당 연합)

European United Left-Nordic Green Left (GUE-NGL) - 유럽 사회&공산당 연합

Europe of Freedom and Democracy (EFD) - 유럽회의주의 정당 연합




5월 25일에 새로운 선거를 했으니, 아마 추가로 한 두 개의 교섭단체가 생길 예정입니다만, 이건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죠.

그럼 유럽의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요?

유럽연합이사회와 함께 유럽에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유럽연합의 다른 기관들 - 특히 유럽위원회 - 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제어하고, 유럽연합이사회와 함께 유럽 예산을 짭니다. 그야말로 의회의 역할을 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유럽위원회 위원장을 유럽의회에서 선출합니다.

유럽의회는 현재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벨기에의 브뤼셀, 룩셈부르크에 있으며, 스트라스부르와 브뤼셀은 의회가 있고, 룩셈부르크에는 사무총장 관저가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회장은 독일인인 마틴 슐츠 Martin Schulz(S&D)입니다.


2) 유럽위원회 (European Commission)[각주:2]

유럽위원회 (European Commission)은 유럽연합의 행정부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유럽위원회의 유럽연합 가입국에서 각각 한 명씩, 즉, 28명의 위원들과 위원장은 유럽이사회에 의해 선출되고, 유럽의회의 결정으로 뽑힙니다. 유럽위원회 위원들의 해임은 유럽의회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럼 유럽위원회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요?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에 법을 제안하고, 재정정책과 예산안을 제출하고, 유럽법원과 함께 법을 실행하고, 유럽연합과 제 3국의 관계 (무역)에서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포르투갈의 Jóse Manuel Barroso(EPP)가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으며, 유럽위원회의 건물은 브뤼셀에 있습니다.


3) 유럽이사회 (European Council)[각주:3]

독일어로는 Der Europäische Rat라고 쓰기 때문에 유럽청이라고 불렀던 유럽이사회입니다. 유럽이사회는 유럽연합 가입국들의 정부수반들 모여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유럽이사회장은 유럽이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뽑히는데, 2009년 이전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유럽이사회장이 선출되었지만, 2009년 이후 리스본 조약으로 인해 5년에 한 번씩 이사회장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 유럽이사회에서는 법안 상정과 유럽 내외의 안보 문제를 결정합니다. 행정부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집단 안보를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유럽이사회장은 벨기에의 Herman Van Rompuy(EPP)가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고, 유럽이사회 건물 역시 브뤼셀에 있습니다.


4) 각 "장"들의 임명 과정

유럽의회, 유럽위원회, 유럽이사회의 관계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법안 제정 문제를 비롯해, 각 '장'들의 임명 과정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포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유럽의회 선거와 관련하여, 각 '장'들의 임명 과정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럽이사회는 국가/정부 수반의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모든 국가들의 정부수반들은 국내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기 때문에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원회장 후보 선출은 정당 간의 타협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회도 유럽 가입국가 유권자들이 선출하고, 그들이 선택한 정당 혹은 후보자들이 유럽의회에 입성하기 때문에 당파성을 띠고 있죠. 그래서 유럽의회장, 유럽위원회 위원장, 유럽이사회장을 선출하는 모든 과정에는 각 행위자들의 정치성향과 그 정치성향의 타협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이사회는 국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기 때문에, 국내 정치상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의사결정에 국내의 정치적 이익을 계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의회에서는 정당의 정치적 이익이 계산될 수 밖에 없고요. 당연히 유럽위원회도 이 두 개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죠. 이번 포스팅, 그리고 이어지는 두 개의 포스팅에서는 이 세 개의 정치적 기구 중에 하나를 구성하는 유럽 의회 선거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 유럽의회 선거 (European Parliament Election)[각주:4]

앞서 말한 것처럼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 선거법에 의해 적용되는 건

- 유럽의회의원 임기 5년
- 선거의 4대 원칙
- 선거권 만 18세 (오스트리아 16세),
- 비례대표 (지역구가 2개 이상인 국가: 벨기에, 아일랜드 3개, 이탈리아 5개, 프랑스 8개, 폴란드 13개)
라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가입국가에 의해 선거법이 적용됩니다. 즉, 정당봉쇄, 피선거권과 같은 법은 가입국가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모든 유럽연합의 가입 국가 유권자들은 국적 수와 관계없이 한 번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독일도 그렇지만, 유럽 연합 가입국가 국적자들과 혼인 횟수가 늘면서, 그 자녀들은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경우가 허다한데요. 그 경우 모르고 투표를 두 번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중 국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표면으로 들어난 건 5월 25일 선거 날 방영되었던 시사토크쇼 "Günther Jauch"에서 였어요.


토크쇼의 진행자인 Jauch가 패널 중에 한 명인 독일 주간 신문인 die Zeit의 주필인 Giovanni di Lorenzo(그의 어머니는 독일 사람이고,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서 학교를 다녔어요)에게 "어디를 위해 투표를 했습니까?"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난 독일을 위해 투표했는데, 두 번 투표했습니다. 1번은 이탈리아 영사관에, 1번은 함부르크 초등학교에서 투표했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패널들이 황당해 하는데, 같은 날 패널로 초대받은 쇼이블레 재무부장관이 "누구는 한 번, 누구는 여러번 투표할 수 있는 건 불공평하지 않느냐?"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끝에 유럽연합 가입국가에서는 모두 한 번 만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요약: http://daserste.ndr.de/guentherjauch/rueckblick/Europawahl,europawahl334.html

이 일 때문에 독일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di Lorenzo가 처벌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시작해서, 이게 유럽의회 선거 시스템의 헛점인지, 아니면 개인의 책임인지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었고,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개표 문제가 아니에요,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권을 행사한 지 여부지.) 그런데 현재 유럽의회 선거법에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번 일로 조금은 법안이 개정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유럽의회의 의석 분배는 가입국가의 인구 수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각 국가별 의석수는 2014년 현재 다음과 같습니다.(총 751석)

가입 국가

의석수

가입 국가

의석수

가입 국가

의석수

가입 국가

의석수

벨기에

21

그리스

21

룩셈부르크

6

스웨덴

20

불가리아

17

영국

73

말타

6

슬로바키아

13

덴마크

13

아일랜드

11

네덜란드

26

슬로베니아

8

독일

96

이탈리아

73

오스트리아

18

스페인

51

에스토니아

6

크로아티아

11

폴란드

51

체코

21

핀란드

13

라트비아

8

포르투갈

21

헝가리

21

프랑스

74

리투아니아

11

루마니아

32

사이프러스

6



유럽의회 의석 분배는 기본적으로 국가별 의석수 할당에 달려 있습니다. 즉, 유럽의회 선거에서 정당은 본인이 속한 국가의 선거 결과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고, 그 배분된 합이 유럽의회의 연합정당의 의석 수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S&D계열의 정당은 어느 나라에 속하냐에 따라 그 의석수를 할당받는 거죠. 만약 20%를 득표했더라도, 프랑스였으면 15석, 독일이라면 20석, 사이프러스에서는 1~2석을 가져갔겠죠.

선거 날짜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5월 22일에 치룬 국가는 영국과 네덜란드, 23일에는 아일랜드, 체코는 23~24일 걸쳐서, 24일에는 라트비아와 헝가리, 그 외의 국가들은 25일에 선거를 치뤘고요.

이렇게 치뤄진 선거 결과[각주:5]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당

의석수

득표율

의석수 증감

GUE-NGL (유럽 사회-공산당)

45

5.99

+10

S&D (유럽사회민주당)

191

25.43

−4

Green/EFA (유럽녹색당)

52

6.92

−6

ALDE (유럽 자유민주당)

64

8.52

−19

EPP (유럽 인민당)

214

28.50

−60

ECP (유럽 보수당)

46

6.13

−11

EFD (유럽회의주의 정당)

38

5.06

+7

원내 비교섭단체 정당 (기존)

41

5.46

+8

새로 들어 온 정당

60

7.99

+60


투표율: 43.09%

기존에 비해 의석수 조정이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기존의 정당들이 많이 의석을 잃은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내 비교섭단체였던 정당들과 신생정당, 다소 성향이 급진적인 정당들이 선전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국가별로 의석수 변동이 일어난 이유에 관해,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포스팅 할 예정이고, 다다음 포스팅에서는 원내 비교섭단체, 신생정당, 성향이 급진적인 정당들이 선전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그럼 글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다음 포스팅에서 보도록 해요.




<참고 자료>

European Union Official Website: http://europa.eu/about-eu/index_en.htm
Das Wahlrecht zur Europawahl 2014 in den Mitgliedstaaten : http://www.wahlrecht.de/ausland/europa.htm


  1. http://europa.eu/about-eu/institutions-bodies/european-parliament/index_de.htm [본문으로]
  2. http://europa.eu/about-eu/institutions-bodies/european-commission/index_de.htm [본문으로]
  3. http://europa.eu/about-eu/institutions-bodies/european-council/index_de.htm [본문으로]
  4. http://www.wahlrecht.de/ausland/europa.htm [본문으로]
  5. http://www.ergebnisse-wahlen2014.eu/de/election-results-2014.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