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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영화, 음악....

[공연/Performs/Theaterstück] Don Giovanni







필립이랑 Don Giovanni를 보러 Stadt Theater에 다녀왔다. 원래 17.50유로짜리 푠데, 학생 할인 받아서 8.75만 주고 가장 꼭대기석을 구입했다. 이건 필립이 미리가서 표를 받아온 거지만.... 사실 빌레펠트에서 공연을 본 게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기도 했고, 그리고 나비부인 이후로 오페라는 처음이라, 3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그 것도 조금 두려웠다.  

일단 배경 음악은 그렇게 웅장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 연기력도 뛰어나고 노래도 잘하고, 다만 이전에 런던에서 보았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의 웅장함과 화려한 기교와 달라서 조금은 긴장감이 덜했다. 하지만 역시 오페라에는 연기나 극 내용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Don Giovanni는 매우 좋았다. 일단 내가 이전에 겪었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어서 공감 갔다고 해야하나? 

일단 열심히 여자를 꼬시러 다니는 Giovanni의 일생과 최후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그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여자들의 남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 인물의 이야기들도... 

얼마 전까지 어장관리를 시도하려고 했던 녀석들을 떼어내고 보니, Giovanni가 그렇게 얄미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의 여자들도 만만치 않더라. 사실 그의 아내만 제외하고서 Anna는 그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Giovanni를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몰아 넣는다. (사실 이건 거짓말은 아닌데) 그리고 일단 Zerlina는 Giovanni에게 넘어가긴 했었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역시 그 고양이 녀석에게 넘어간 걸 부인할 수 없는 건가? 그리고 그녀들을 사랑한 그녀들의 남자들의 모습도 답답했었고, 시종인 Leporello도 불쌍하긴 했다.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아니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작품 속에 상황이 나와 얼마나 잘 들어 맞는지 생각해본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에서는 내가 Giovanni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Anna인 것 같기도 하고 Zerlina같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녀들을 사랑했던 그녀들의 남자 같기도 하다. (Leporello 같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남을 위해서 몸을 움직이진 않는다) 나도 은연중에 누군가를 관리하기도 했을 거며, 그리고 그 관계를 숨기기 위해 얼토당토한 거짓말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에게 빠졌다는 걸 부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는지, 아니면 뻔뻔하게 그 길로 계속 나갔는지, 그 게 내가 Don Giovanni인지 아니면 다른 등장인물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난 이 작품에서 누구에게 더 가까울까?

우스운 질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내 자신을 투영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