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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리고 정치학/그리고 내 생각

[Meinung/의견] '나는 꼼수다'에 대한 생각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에 MBC 대선후보자 토론회 직후 했던 이야기인 것 같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자신이 취임을 한 후에 MBC를 민영화 시키겠다라는 뉘앙스였던 것 같다. 그 때 이 말은 "나와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전에도 현 대통령을 지지한 적은 없지만, 그 이후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입이 막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에, 그러니까 한국에서 학부과정에 있을 때, 학교에 손석희 교수가 강연을 하러 왔었다. 그 때 MBC가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시청료를 높여야 하고, 외부 광고 비용을 줄여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었고, 따라서 MBC나 방송의 공정성 문제는 정부와의 관계보다는 방송과 기업 간의 관계가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그의 정치적 동조자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활약으로, 미디어 법의 통과로 조중동 및 거대 신문사들이 지상파 채널에 등장함으로써, 방송의 정권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같다. 적어도 10년동안은 방송의 공정성이 전혀 다른 패러다임에서 흔들리게 되었다. 

독일에 있었으니까, 한국의 방송은 볼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한국 뉴스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고, 따라서 누가 방송을 독점하든지 간에, 영향받을 일은 별로 없었다. 그거야 국외 거주자 이야기고, 국내 거주자들에게는 갑갑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이 경제적 현실에 관해서 글을 썼고, 그 걸로 법정에 서는 일이 발생했다. 그냥 인터넷에 내 생각을 썼을 뿐인데, 그게 '혹세무민'을 가장한 '괘씸죄'가 적용되서 법정에 선다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KBS, MBC, YTN 전 사장들이 해임되고, 새로운 MB인사가 그 자리에 앉게 되고, 제 3의 매체로 촛불 정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아프리카 TV 사장도 검사 조사를 받게 되고, 이렇게 시민들의 입을 막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꼼수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나타났고, 그 방송을 시작으로 해서 '뉴스타파',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단순한 인터넷 방송이 아닌,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방송이 나타났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와 같이 가입의 여부, 등급의 여부로 대화의 장의 한계를 두었던 것들이 아닌 보다 단순하게, 하지만 열린 대화가 가능했던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새로운 의사소통의 매체가 되어있었다.

이건 내가 밖에서 바라본 한국의 의사소통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주된 내용은 '나는 꼼수다'다. 나는 꼼수다는 주진우 기자의 말을 빌려 "15년간 인터넷에서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와 (지금은 직종을 변경한) 전 시사평론가 그리고 교수 김용민씨, BBK사건의 저격수 17대 국회의원 정봉주씨와 BBK, 누나 전문기자 시사인기자 주진우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이 방송을 듣고, 처음에는 껄껄껄 시끄럽게 웃고, 씨바와 같은 단어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이 방송에 적응이 안됐지만, 일단 호스트들이 갖고 있는 정보도 놀랍고, 그런 수많은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김어준 총수 덕에, 그 정보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필자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으니까, 몇 가지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정치 학도가 아닌 사람들도 나꼼수를 '개그 방송'으로 생각하든, 무엇으로 여기든 정치에 대해서 더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꼼수의 효과는 이 부분에서 크게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독일에서도 내 전공을 들으면, 어려운 걸 공부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서는 모두들 전문가지만, '따분한' 것, "싸우는 것" 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나꼼수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이명박 정부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므로써,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건 큰 효과다. 그리고 결국 시민후보였던 박원순 씨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던 것은 분명 나는 꼼수다의 큰 효과며, 올해 있을 선거에서도 이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나꼼수 호스트들을 공격하는 행위가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나꼼수가 설사 폐지되더라도, 그와 비슷한 팟캐스트 방송은 계속 만들어질 것 같다) 하지만 더불어서 나꼼수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체계이론의 대가인 니클라스 루만은 현대 사회는 수많은 부분 체계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부분 체계들은 서로 다른 체계들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 정치나 경제나 이 체계들은 다른 체계의 상위 체계가 아닌 동일 선상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체계들은 서로에게 닫혀 있으며, 닫혀있는 원인은 체계들은 자신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령, 정치는 권력의 여부(여당/야당), 경제는 돈의 여부(셀 수 있다/세지 못한다), 법은 옳음의 여부(옳다/옳지 않다), 학문은 사실의 여부(사실이다/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미디어는 정보의 실효성 여부(정보/정보가 아닌 것들). 미디어에 관해서 더 이야기를 하자면, 미디어는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미 의사소통이 되어진 정보가 아닌 새로운 정보들만을 그 가치로 삼는다. 따라서 미디어에게는 '특종'이 중요한 거다. 또한 미디어와 정치가 부딪히는 경우는 기사보도를 통해서다. 이렇게 들으면 우리나라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들이랑 같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미디어와 정치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루만이 보는 미디어와 정치의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다.

"Politics benefits from ‘mentions’ in the media and is simultaneously irriated by them (as was Andreotti by Forattini’s cartoons). News reports in the media usually demand a response within the political system, and this response generally reappears in the media as commentary. So to a large extent the same communications have at once a political and a mass media relavance. But that only ever applies to isolated events and only ad hoc.."[각주:1]

-> 정치는 미디어의 '언급'을 통해서 이득을 얻고, 그리고 '언급'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 (Forattini의 만평에서 Andreotti처럼). 미디어의 뉴스보다는 대부분 정치시스템 내의 반응을 원하고, 이 반응은 보통 미디어의 언급을 통해 재등장한다. 그렇게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정치와 대중매체 사이에서 상관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고립된 현상이며, 임시적인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는, 정치가나 정당은 미디어의 언급을 통해서 이목을 집중받게 되고, 미디어 역시 정치가의 반응을 '언급'을 통해서 생성한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가 정치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미디어는 정보를 보도하고, 정치가는 권력 획득을 위한 과정일뿐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난 우리나라의 정치와 미디어 현실에 니클라스 루만의 이론을 대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사실 니클라스 루만의 정치는 서구식 완벽한 민주주의이며, 정치와 경제 및 모든 분야가 따로 따로 기능을 하는 것을 이상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는 보다 인간중심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며, 정치와 미디어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은 정치가로서 권력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국가 자체를 '수익 창출 모델'로 보고 있으며, 이런 의사소통은 정치가 권력의 획득여부보다 돈의 획득 여부에 달려있다. (물론 맑스가 말했던 것처럼 자본에 의해서 권력이 생성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맑스는 원래 경제가 정치 위에 있다고 보는 학자다) 그러니까 일단 사회체계이론으로 이 부분을 설명할 순 없다. 아니면 '예외: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 으로 표기해야할지도. 기존의 조중동과 같은 미디어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일단 어떤 이유에서든 미디어 권력을 갖는 것에 우선을 두고 있다. 지상파 종편 채널 편성이 이런 예일 것이다. 물론 미디어 권력을 가진다면 '더 많은' 정보를 보도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정당이 여당이냐에 따른 논조 변화는, 이 권력 획득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기존의 거대 신문사들이 원하는 의사소통의 방식은 '정보/정보가 아님'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권력의 여부'라고 봐도 옳다.

이 점에 나꼼수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애초에 나꼼수는 '가카 헌정방송'이라 말하지만, 방송에서 김어준 총수도 '문재인' 이사장을 대통령 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통합민주당에게 끊임없이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당선에서 나꼼수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행위는 어쩌면 조중동과 기존 미디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 나꼼수 너희들도 권력을 추구하는 거 아니냐? 라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나꼼수와 기존 거대 신문사들의 차이점이 있다.

1.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고 나꼼수의 호스트들은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니가 그 속을 어떻게 알겠냐?"라고 말한다면 역시 할 말은 없지만, 나꼼수의 근본 목적은 나중에 자신들에게 정치적 떡고물을 챙긴다는 것보다는, 지난 4년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부조리를 밝히고 알리는 데 있다. 본인들 역시 최근 봉주 5회를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그 시기로 방송 기간을 한정하고 있다. 

2. 나꼼수에 권력이 있다면, 그 권력은 방송 자체보다는 나꼼수를 듣고 따르는 애청자들과 팬클럽에게 있다. 물론 조중동의 힘도 수많은 독자들이 있다는 것도 있지만, 나꼼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꼼수의 이야기에 따라 그 지지 여부를 철회할 수도 있다.

3. 나꼼수는 일방적인 정보를 애청자들에게 전달하긴 하지만, 사실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용민 교수는 매번 트위터의 멘션들을 전해주고, 그리고 그에 대해 반응한다. 그로 인해 본인들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달라지진 않고, 그에 대한 비판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방어하는 본능이 있다.

결과적으로 나꼼수나 그 다른 방송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는 부조리들을 파해치기 위해서다. 즉, 유효한 정보들을 공개하는 일반적인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 점에서 분명히 나꼼수는 한국에 있는 기존의 거대 언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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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비키니 시위의 몸살을 앓고 있는 나꼼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자극적인 포스팅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글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아닌, 나꼼수를 처음 청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뿐이다.

*언제 비키니 시위와 나꼼수의 관계에 관해서 이야기하게 될지 모르겠다.

  1. Luhmann, Niklas. 2000. The Reality of the Mass Media. London: Polity. Ch. 9, pp. 63–7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