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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리고 정치학/그리고 내 생각

언론사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학교를 가기 위해 Jahnplatz역에서 지하철 4호선 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10분마다 다니는 지하철이 20분이 지났는데 오지 않는다. 


파업이다.... 


사실 지하철 노초 파업은 아니었다. 같은 공기업인 Stadtwerk Bielefeld라는 전기 및 에너지 회사가 파업 중이었다. 독일 빌레펠트 대중교통 회사인 Mobiel은 그 파업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을 덜 하고 있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10분을 더 기다렸다. 

Jahnplatz역에는 지하철 4호선을 타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그들은 왜 지하철이 안 오는지 궁금해 했고, 그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용히 기다렸다. 


기다린지 30분 만에 지하철이 왔다. 


그리고 그 트램에는 시청 역에서 탄 학생들로 바글바글하다. 이러다 중앙역에서는 아무도 이 열차를 타지 못할 것이다. 


파업을 하면 늘 발생하는 일이다. 


가끔 학생들이 데모를 하는 경우도 있다. 등록금 문제, 최근에 바뀐 Bachelor-Master제도를 Diplom 제도로 바꾸자 등등, 이런 이유로 데모를 하면, 데모를 하는 그 시간에는 지하철 4호선이 더 자주 운행한다. 데모를 하는 주최는 Gymnasium학생이고, 데모가 열리는 곳은 대학교다. 그리고 그 이외에 시간에는 10분마다 한 대씩 오던 지하철이 20분마다 온다던가 한다. 그래도 (대)학생들은 불평을 잘 하지 않는다. 늘 있는 일이라 놀라거나 분노하기에 지쳤을지도 모르겠지만, 본인들도 이미 한 번씩은 참여했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측면도 강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파업'이나 '데모'는 자기가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NRW주에는 등록금 중에서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 2004년부터 수업료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 돈은 Uni Bielefeld의 경우는 550유로 (학기등록비: 200유로, 수업료 350유로) 정도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80만원?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독일 학생들 대부분은 집에서 돈을 대주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한 경우도 많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75만원이면 한달을 더 일해야 한다. 그러니까 등록금 = 1달 생활비 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거다. 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때 2008년 10월, 그 이전에도 이 시위는 계속 되었고, 결국 2010년에 집권한 Rot(SPD: 사민당)-Grün(Die Grüne: 녹색당)의 연립정부가 2011년 겨울학기부터 등록금에서 수업료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현재는 등록금 중에서 학기등록금 220유로를 지불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파업에 대해서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강성 이익단체인 대한 약사회에 속해있고, 우리 아버지는 국민은행에 다니고 계신다. 엄마가 대한 약사회의 시위에 동참한 적이 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빠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대동은행-국민은행 병합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가하신 건 기억에 남는다. 그 때는 내가 중학교 1학년일 때라 파업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을 때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올라와서 정치학 개론 시간에, 강사 선생님께서 강성 이익단체로 대한 약사회를 꼽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선생님께서 대한약사회의 약국에서 한약조제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위를 말씀하셨었지, 특별히 시위가 나쁘다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파업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시위로 이야기가 샜다. ㅡㅡ 정말 한국에 있을 때는 그런 파업이나 시위에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약국에서 한약 조제 처방은, 어쩌면 이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학을 공부한 약사 중에서 한약을 따로 공부한 약사들도 꽤 많다. 우리 엄마도, 아빠의 편도선을 치료하면서 양약이 잘 듣지 않았고, 한약 처방을 하자 서서히 났는 것을 보고, 한방 조제와 한약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 약국에서 한약, 한방조제를 하신다. 아마 이러한 이유, 저러한 이유로 한약을 공부하시고, 약국에서 한방조제와 한약 처방을 취급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약사들은 특권 계층이다. 보기에 따라서 돈도 많이 벌고, 약국만 있으면 짤리지 않고, 마음먹으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방 조제를 취급하는 건, 한의학을 공부하신 분들과 그 종사자들에게는 확실히 불이익이고, 한방 조제를 취급하게 된 약국들은 그만큼 이익을 얻게 된다. 이미 특권 계층들이 또 특혜를 입었다. 


그런데 사실 파업의 주목적은 자기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프랑스 혁명도 따지고 보면 서민의 삶은 어려운데, 그 원인이 귀족들에게 있기 때문에, 귀족들을 없애면 더 나은 삶을 살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부르조아들은 귀족들이 갖고있는 특혜만큼, 자신들도 정치적인 특권을 갖고 싶었던 것 뿐이고. 

그리고 절대적인 가난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할 때, 상대적인 가난이 있다고 쳤을 때, 파업의 목적이, 파업의 종류에 따라, 이유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삶"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겠다"라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 노조의 파업은 무언가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 


언론사 노조에게 파업이라는 게 과연 "더 나은 삶을 사는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고, 동조해주면 올타쿠나, 더 이득을 얻는 세상에서, 

MB정부가 낙하산으로 임명한 사장들, 혹은 사주와 이사의 말을 듣는게 어쩌면 더 나은 삶을 살게하는 목표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언론사 직원들 입장에서는 파업을 하지 않는 게, 삶을 사는 데 더 나을 수도 있든 이야기다. 


그렇다면 언론사 노조 파업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무언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특종"을 쫓는다. 왜냐하면 대중매체에서 정보란 "보다 특별함"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 여배우와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와 연애를 하고 있다.... 는 처음 들으면 특종이지만, 여러 번 들으면 특종이 아니다. 하지만 모 여배우가 누구누구고, 그들이 어디서 만났고,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으며.... 이런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면 특종이 되는 거다. 원래 대중매체는 특종을 쫓고, 누가 누가 더 잘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자랑하는 것이 '보도'다. 그 것이 언론의 본능이다.  언론은 언제나 그래 왔는데, 이번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치 관련 비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언론은 여기에 시선을 두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래... 시선을 두는 거 까지는 이해해줄게, 하지만 자랑은 하지마라.... 라고 한다. 그리고 자랑을 하면 밥줄을 끊어버린다. 


결론을 내리자면, 언론사 노조 파업은 미디어라는 시스템의 본질, 혹은 본능을 외부에서 막아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 자체로 언론사 노조 파업에 대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라는 시스템 자체가 '정보/정보가 아닌 것'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알리는 자체가 공공의 이익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이란, 유권자나 시민이 정보를 얻는다를 뜻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를 수입 결정이 났을 때,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를 먹었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혹은 광우병에 전염될 수 있는가?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정책을 취하기로 했지? 이런 이야기는 알면 좋은 거다. 왜냐하면 우리 건강권과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국회의원 당선자들 중에서 몇몇이 논문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논문 표절 부분은 이런 부분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처벌은 어떻게 받게 되는지를 알리는 것은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에 그런 정치인을 뽑지 않게, 유권자들의 후보자를 고르는 기준이 엄격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논문 표절이 사실상 일반화된 분위기라면, 그를 폭로함으로써, 질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은 이처럼 공공의 이익과 연결이 되어 있다. 


이 공공의 이익이 더 증폭되려면 언론이 최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지만.... 



이번 언론사 파업의 캐치프레이즈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언론이 되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하다는 말을 정의하고 상당히 애매하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소설이 아닌 기사를 내보내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파업이 끝나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언론들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언론사 노조 파업을 지지한다. 



P.S. 근데 조중동 기자들은 같은 이유로 파업 안하나? 그럼 지지해줄 생각 충분히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