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0일 금요일
제목: 재외선거 투표하기
2012년부터 실시되는 재외선거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본으로 향했다.
솔직히 나 '본에서 투표할 거니까, 너도 투표하세요' 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렇게 말하고 다녔으면 투표가 시작하는 28일에 투표장에 갔어야 했는데,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나름 핑계를 대보자면....
1. 본은 너무 멀다.
기차를 타고 4시간이나 걸린다. 아니, 사실 기차를 타는 시간은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사이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합해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일단 오고가는 거를 합하면 8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멕시코나 온두라스 같은 나라들은 투표소가 멕시코시티 하나라서 차를 타고 14시간 가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8시간 따위는 솔직히 별로 먼 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 갈 때 13시간 비행기타서 가잖아... 그건 안 아깝고, 이건 아깝나.... 그리고 이렇게 길게 주행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아이패드도 샀는데.... 이건 핑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2. 어떤 정당을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사실 선거권을 행사한 건 두 번 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 행사한 건 2006년 지방선거 때, 그 때 지역구 후보는 무조건 1번 열린우리당을 찍었고, 비례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찍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행사한 건 2007년 대선 때, 그 때는 정동영씨에게 투표를 했었다. 그리고 지금 4.11 총선에 투표를 행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지역구 투표는 누구에게 해야하는지 결정되어 있었다. 솔직히 그 후보도 내 마음에 쏙드는 건 아니었다. 아마 내가 동안 을에 살기 전부터, 그 동네에서는 언제나 정해진 두 후보가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솔직히 이기려면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서 여균동 감독을 마음 속으로 지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정국 후보로 정해졌으니까, 그러니까 그 후보가 딱 내 스타일은 아니어도,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은 나도 묻지마 민주당 지지자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비례대표 후보였다. 대체 어느 당을 뽑아야 하는 거야?
첫 번째 선택 사항은 기호 4번 통합진보당이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유시민씨도 기호 12번이고, 천호선씨가 있는 정당이다. 그렇지만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지역기반인 관악을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때, 그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해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민주당을 비난할 수가 있는 건지.... 너희가 얼마나 깨끗하길래, 이정희 후보를 욕하느냐.... 왜 그녀가 후보에서 물러나야하냐.... 이런 비난은 정당하다.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이고, 애초에 잘못은 김희철씨가 통합진보당을 빨갱이라고 칭해버렸으니까, 색깔론을 들이대는 건 사실 유치하고 후지다. 하지만 비난이 내 트위터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서로를 비난할 때냐? 일단은 승리를 위해서 서로를 안고 갈 때다. 사실 세상이 트위터와 같다면, 통합진보당은 이미 우리나라 거대정당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트위터가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무시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세상 못지 않게, 현실 세계도 중요하다. 사실 여태 진보당들이 얻었던 표들은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주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야 할 때, 민주당을 정도를 지나쳐서 욕을 한다면, 그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새누리당 (전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마음을 바꿔 표를 준다면, 그건 통합진보당 보다는 더 만만한 민주당에게 줄 확률이 높다. 이 걸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통찰이 없는 그들의 지지층들에게 실망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선택 사항은 기호 2번 민주당이다. 사실 난 민주당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종걸, 정청래, 이석현, 정봉주, 정동영 의원.... 사실, 민주당을 지지했으니, 비례대표도 민주당에게 준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에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이왕 두 번 선택할 수 있으면, 따로따로 한 푤르 주는 게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패스....
아... 기호 1번 새누리당, 기호 20번 한나라당, 그리고 그외 국민생각, 국민행복, 자유선진당.... 이런 데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아마 이건 내 정치적 성향이, 이 정당들에게 마음을 주기엔, 이들과는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이다.
기호 16번 진보신당.... 홍세화씨가 당대표로 있는 정당이다. 대학교 1,2 학년 때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 기사> <세느강은 좌우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등을 읽으면서 나름 좌파적인 시선을 배웠던 것 같다. 이 정당은 정치적으로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당 대표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지지자들도 대부분 정치적인 순수함을 지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호 11번 녹색당.... 독일에도 녹색당은 있지만, 그리고 그 정당을 꽤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 녹색당이 생겼을 때, 별로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잠깐 들어간 사이에 별 일이 다 있더라.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가 해군에 의해서 폭파되기도 했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위해 세워둔 보 등에서 강바닥 낙하 현상도 있었고.... 4대강 사업을 열심히 반대했던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런 4대강 살리기와 같은 죽이는 사업과 명분없는 강정마을 사건을 봤을 때, 환경을 생각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호 17번 청년당.... 청년당원들과 부딪힐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따로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 같다.
결국 기호 11번 녹색당을 찍었다.
이유는 해군의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가 뇌리에 크게 남아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녹색당에게 표를 준 이유는, 대한민국 역시 먹고사는 문제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하지만 이건 국가나 재벌 산업의 발전을 통해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복지만 생각하게 된다면, 분명히 진보신당이나 통합진보당을 찍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산업 발전을 제재할 수 있는 건 '환경적 가치'다. 복지나 경제는 정책을 통해서 유연하게 바꿀 수 있지만, 환경은 한 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런 환경적 가치를 말해줄 수 있는 정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게 좋을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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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장황하게 말했나?
사실 투표를 할 때는 명분이 필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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