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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일어난 일/독일, Deutschland, Germany

[Landtagswahl/주정부선거] 2013 니더작센 주정부 선거 분석 1. 해적당과 자민당



<왼쪽 사민당 Niedersachsen 주장관 후보자 Stephan Weil, 오른쪽 현 Niedersachsen 주장관 David Mcallister>[각주:1]



2013년 1월 20일 독일 니더작센주에서 주정부 선거가 있었습니다. 보통 선거 결과가 늦어도 9시면 되면 감을 잡을 수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는 선거가 끝난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박빙이었습니다. 그리고 선거 결과도 놀라웠고요. 


대한민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바로 있던 선거라, 이번 선거의 관심 사항도 다른 때보다 더 세세했습니다. 


일단 몇 주 전에 SPD (사회민주당) 총리후보인 Peer Steinbrück이 '총리 임금상승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생각보다 크게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책임져야 하는 총리의 임금은 적다.', '만약 이들이 경제계로 갔으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다.'라는 등의 이유로 찬성을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 '임금이 적을지 모르겠지만, 총리는 그만큼 충분한 혜택을 받는다.' '총리직은 봉사직이다' 등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쪽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인의 대한 반감은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다, '임금인상'이라는 주제는 꽤 신중하게 발설해야 할 테마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제 관심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독일 유권자들에게 투표행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 선호도? 바로 가까운 시기에 있었던 사건들? 아니면 긴 시간동안 정당들의 행위? 


2. 고공행진을 해오던 독일해적당의 득표율은? 

작년에 Saarland주정부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글에서 독일 해적당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http://kair17.tistory.com/33) 그 때 독일해적당에게서 2012년에 등장한 안철수가 보였다고 했었죠.(또다른 관련글: http://kair17.tistory.com/38 - 안철수현상) 그와 관련해서 해적당의 득표율이 얼마나 나올지, 그와 비교하면서 안철수의 다음 정치도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습니다. 


*총투표율: 59.4% 총 의석수: 137

정당 

 CDU 

(기독교민주연합)

SPD

(사회민주당) 

Die Grüne

(녹색당) 

FDP

(자유민주당) 

die Linke

(좌파당) 

die Piraten 

(해적당) 

 득표율 

(지난 득표 차이)

 36.0

(- 6.5)

32.6

(+ 2.3) 

13.7

(+ 5.7) 

9.9

(+ 1.7) 

3.1 

(- 4.0) 

2.1

(+ 2.1) 

의석수 

54 

49 

20 

14 


일단 두 번째 의문점은 풀렸습니다. 개표와 더불어 결과 추산이 시작되고 얼마 안 지나 좌파당과 해적당이 의회에 입성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독일에서는의회에서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5%미만의 득표율을 얻거나 제1 지역구투표에서 당선이 되지 못하면 의회에 입성할 수 없습니다.) 좌파당이야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해적당의 득표율이 어째서 놀라운 일인지는 해명이 안된 것 같습니다. 


*2012년 주정부 선거 결과 

 선거가 실시된 주

CDU 

(기독교민주연합) 

SPD

(사회민주당) 

 Die Grüne

(녹색당) 

FDP

(자유민주당)  

 die Linke

(좌파당) 

 die Piraten 

(해적당) 

 Saarland

 35.2 

( +0.7)

30.6 

(+ 6.1) 

5.0 

(- 0.9) 

1.2 

(- 8.0) 

16.1 

(- 5.2) 

7.4 

(+ 7.4) 

 Schleswig-Holstein

 30.8 

(- 0.7)

30.4

(+ 5.0) 

13.2

(+ 0.8) 

8.2 

(- 6.7) 

2.2

(- 3.8) 

8.2 

(+ 6.4)

 Nordrhein-Westfalen

26.3 

(- 8.3) 

39.1

(+ 4.6) 

11.3

(- 0.8) 

8.6 

(+ 1.9) 

2.5

(- 3.1) 

7.8

(+ 6.3) 


작년 5월에 치뤄진 선거가 마지막이긴 했지만, 그동안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해적당이 니더작센주의 선거에서는 완전히 기가 꺾였습니다. 이 선거가 있었던 논란 중에 하나가 과연 해적당이 올해 9월에 치뤄질 연방의회의 선거에서 의회에 입성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해적당이 니더작센 주에서 이렇게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일의 시사주간지 Stern[각주:2]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댑니다. 


1. 공약 

독일해적당의 정당이 생각보다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유로존에 관련된 문제도 명확하지 않으며, 최저임금제를 비롯한 복지 공약에 대한 예산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E-Sport"나 온라인 게임 유저를 위한 연합을 만들자는 둥, 독일 유권자들이 보기에 좀 우스운 공약들이 많았다는 것을 예로 들며, 독일 해적당의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 성장통 

독일해적당은 여태까지 원외에 있던 정당이었고, 독일 해적당의 주 지지층은 이른바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많았을 겁니다. 원외에 있는 정당들은 비교적 쉽게 현대 정치의 문제점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외에 있던 정당이 원내로 들어간 순간, 정치의 원리에 따라야 하죠. 지금 해적당은 그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성장통을 겪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기초민주주의의 위협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과연 해적당이 연방의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오히려 독일 여론은 지지층을 잘 동원한다거나, 홍보,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면 좋은 정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전 조금 부정적인 예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해적당은 기존의 정당에 신물이 나서, 혹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당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적당이 표를 빼앗아 온 정당을 보면, Saarland주에서는 리버럴 정당인 FDP, Schleswig-Holstein주에서도 FDP의 표를, Nordrhein-Westfalen주에서는 좌파당과 기민련의 표의 일부를 빼앗아 왔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있던 베를린시의회 선거에서는 녹색당의 표를 빼앗아 왔고요. 해적당의 지지층이 이전에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던 층이었다면, 그들을 투표장으로 부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지층이 다양할 때는 정책의 색이 불투명해지죠. 따라서 꽤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방의회와 주정부 선거의 패턴은 다릅니다. 하지만 연방의회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주정부 선거 결과는 미래 연방의회의 선거 결과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고 봅니다 따라서 8개월 동안 공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만큼 연방의회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기 힘들 것입니다. 



해적당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선거의 전반적인 결과를 분석하겠습니다. 

*선거 전 여론조사[각주:3]

InstitutDatumCDUSPDFDPGRÜNELINKEPIRATENSonstige
GMS[20]17.01.201341 %33 %5 %13 %3 %3 %2 %
INFO GmbH[20]12.01.201338,0 %31,5 %4,5 %14,5 %6,0 %3,0 %2,5 %

주정부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민련의 승리가 확실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사실 보수적인 편인(사실 최근에 들어서 보수성이 강해지긴 했지만) 니더작센주에서 기민련의 승리로 예상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선거 결과와 비교하자면 기민련의 표가 일부 자민당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FDP, 자유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방을 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다음은 독일의 시사주간 신문 Die Zeit에서 괴팅엔 대학 정치학과 교수면서 민주주의 연구학자인 Franz Walter의 기사 일부입니다. 


"ZEIT ONLINE: Welche Lehren sind für Berlin zu ziehen? Muss die FDP wieder mehr Funktionspartei werden?
-> 어떤 가르침이 베를린으로 들어가는 데 있을까요? 자민당은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만 합니까?  

Walter: Der vermeintliche Sensationssieger war die FDP zwar gestern. Aber es ist schon immer wieder verwunderlich, wie die "bürgerlichen Leistungsträger" innerhalb der Wählerschaft diese Partei trotz ihrer chronischen Leistungslosigkeit in den Ring zurückschleppen. Die Liberalen sind die Achillesferse des bürgerlichen Lagers, sind rein parasitär, gewinnen nicht in neuen bürgerlichen Milieus hinzu, sondern schöpfen allein im CDU-Lager ab. Daraus wird eine kühle Machtpolitikerin wie Merkel unzweifelhaft ihre Folgen ziehen.
-> 자민당이 센세이셔널한 승자가 된 건 어제였어요. 그러나 어떻게 이 정당이 그동안 링 안에서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유권자들한테 "시민들의 승자"가 되었는지는 언제나 불가사의한 일이었죠. 이 자유당은 시민들에게는 약점이고, 순수하게 기생했고, 그들은 새로운 시민의 지지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라, 기민련의 지지층을 건져낸 거죠. 따라서 메르켈같은 차가운 여성정치인이 의심할 여지 없이 그런 결과를 이끌어 낸거죠.

ZEIT ONLINE: Welche Folgen?
-> 어떤 결과를?

Walter: Ganz simpel, in Niedersachsen musste die CDU total auf die FDP setzen. Zu einer Alternative hatte sie keine Beziehungen aufgebaut. Merkel bastelt längst daran. Und das wird sie in der ihr eigenen geräuschlosen, gemächlichen Weise ins Grüne fortsetzen, ohne die SPD dabei völlig zu vergessen.
-> 간단하게 말하면 니더작센에서 기민련은 완전히 자민당 위에 있어야 했어요. 기민련은 다른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메르켈은 오랜 시간 그것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죠. 그리고 그녀의 과묵하고 조용한 방법으로  녹색당을 밀어냈죠, 그들도 사민당 없이는 잊혀질 존재인데."

즉, Franz Walter의 말에 따르면 자민당이 기민련의 표를 빼앗는 이유는, 기민련이 연방의회 대연정 이후로 자민당을 여전히 연정파트너로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민련의 표가 자민당으로 간다는 겁니다. 잘 이해는 가지 않는 내용이지만, 여태 자민당은 여당인 기민련이 정책을 좌클릭하거나 할 때마다 그들의 표를 빼앗아 오곤 했죠. 좌클릭을 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잃는 것처럼 보이는 기민련이 계속해서 자민당과 손을 잡는다면, 자민당 + 기민련의 표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기민련의 표가 자민당으로 옮겨 갈거라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 올해 9월에 있을 연방의회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략하게 상황을 정리하자면, 기민련의 경우 재집권에 대해서 살짝 의심을 하고 있고, 메르켈의 리더십마저 살짝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민당은 녹색당과의 연정 구성이 가능해질거라고 보지만, 독일 유권자들은 사민-녹색 연정보다는 오히려 기민-사민의 대연정을 더 선호할지도 모르고, 경우에 따라 기민-녹색당의 연정 구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기에 해적당의 성장 여부가 또다른 연정구성을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일단 9월에 뚜껑을 열어봐야 짐작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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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처음에 제가 궁금해했던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직 하지 않았네요. 아마 이 답변은 다음 포스팅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니더작센 주정부 선거 두 번째, 베를린 연방의회에 준 영향과 이번 선거에 나온 독일인들의 선거 패턴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P.S. 선거 내내 트위터로 니더작센주 선거 개표 상황을 진행했습니다. 그 와중에 틀린 내용도 있었는데, 이 포스트로 그 실수를 대체하려고 합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 http://www.haz.de/var/storage/images/haz/nachrichten/politik/themen/landtagswahl/david-mcallister-und-stephan-weil-liefern-sich-tv-duell/30245225-1-ger-DE/David-McAllister-und-Stephan-Weil-liefern-sich-TV-Duell_ArtikelQuer.jpg [본문으로]
  2. http://www.stern.de/politik/deutschland/niedersachsen-wahl-verpeilte-piraten-vor-dem-untergang-1957157.html [본문으로]
  3. http://de.wikipedia.org/wiki/Landtagswahl_in_Niedersachsen_201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