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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르의 일상

2011/1/15 그는 단지 고양이일 뿐이다.

"다음 주엔 우리집에서 보자."
"그런데 그 날 나 많이는 초대 안 할 거야. 지난 번에 너무 많이 와서..."


그가 나와 Anne에게 다음 주에는 자기 집에서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파티에 대해서도 지난 번 내 집들이 파티에서도 말했다.


"난 안 갈래."
"왜? 수요일에 무슨 일 있어?"
"응."
"언제가 좋은데?"
"그냥 나 없이 파티해도 되잖아."
"언제가 좋은데?"


수요일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언제가 좋냐는 말에, '너희끼리 놀아' 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다시 그가 되묻는다. 그리고 난 "화요일" 이라고 답했고.


"너희들 화요일에 시간없잖아."
"왜 안 돼겠어?"
"그냥 나 없이 해."
"화요일에 만나면 되지."
"나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그는 내 대답에 놀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거부'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애인이 있다. 작년에 내가 그에게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줄 때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애인이 있는 남자에게 미련을 갖는 것보다 더 바보 같은 일은 없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그를 사랑한다는 것보다, 그저 그가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미련없이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내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처럼 그를 '고양이'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도, 그의 고양이 같은 성격 탓이었다. 자기가 먼저 관심을 보이면서도, 그렇다고 남에게 쉽게 마음을 못 열면서, 또 시간이 가면 그 사람에게 집착을 하는...


그렇지만 그는 내가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그 때부터 조금 더 친절하게, 가끔은 그가 이상하다고 여겨질 만큼, 나에게 잘해주기 시작했다.


"왜?"


그에게 언제나 향했던 질문이다.


여자친구가 있지만, 잠깐 나에게 빠졌던 S에게도 비슷한 의문점을 가졌지만, 그 이후에는 서로 없었던 사람처럼 지냈기 때문에 (적어도 난),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상했다.


내가 Simon을 파티에 데리고 왔을 때, Simon을 노려보기까지 했던 그의 행동은 좀 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겨우 든 하나의 생각이 그는 지금 날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어장관리' 정도...


이런 어장관리도, 만약 그가 애인이 없다면, 이해할 만도 하다. 너무 혼자 지내면 외로우니까, 다른 사람에게 설레여 보기도 하고, 그 사람과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는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갖는 것, 본인에게는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그 건 양쪽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남을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이렇게 행동할 수도, 그에게 더 모질게 굴 수도 있었다... 물론 전에도 좀 나쁘게 굴었지만, 강도를 더 세게 할 수도 있었단 말이다. 그리고 그가 내게 그렇게 행동하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친절하게 굴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더 이기적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했었고, 그 실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도 보란듯이 그의 여자친구를 내게 소개시켜줬다. 그렇다면 난 이 정도에서 그의 '어장관리'가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그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말해 버렸다.


일단 한 번 이야기하는 걸로 부족할 것 같긴하다.

솔직히 다음 주에, 아마도 그는 그의 친구들을 동원해서 다시 '그 자리'에 함께 하길 설득할 지도 모른다. 지난 번처럼, 그리고 다시 넘어오길 바랄지도.


하지만... 난 안타깝게도 누군가 날 끊임없이 '귀찮게' 굴면, 진심으로 그 누군가를 버리고 싶어하는 기질이 있다.


그게 귀여운 아기 고양이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