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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르의 일상

2011/02/21 어쩌라고?

가끔 내가 어리석다고 느껴질 때는 
사람을 너무 믿으면, 배신 당할 때 정말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사람을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배신감을 느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였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땐 
자기가 컨닝을 했으면서 그걸 나에게 뒤집어 씌운 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찬 적이 있었다. 난 맹세코 컨닝 따위는 한 적이 없었고 그럴 능력이 되지 않았지만,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증거를 가지고 담임한테 다 내놓아 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런 배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사실 그 친구 자체를 잘 믿지 않고 있었기도 했었고, 그 친구가 좋아했던 사람이 내게 관심이 있었던지라, 어릴 때는 그런 게 민감하니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지금 그 때보다 10살이나 더 나이를 먹었으니까. 

하지만 그 때 이후로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된 것 같다. 
아니 사실은 그 때부터 사람 그 자체에 관심을 둔 일이 적은 것 같다. 특별히 내게 해만 안 입힌다면 다른 사람이 '뭘 하든지 간에'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일 뿐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사로 잡힌 것 같다. 

그래도 늘 그렇듯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각설하고,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긴장하는 필립 고양이군과 
그를 우상처럼 떠 받듯이 하는 이노군에게는 

내가 Philipp S. 군을 마음에 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게 신경 쓰인다고 말했더니 
이노는 "애인 있는 것 같던데..."라고 하더라...) ------------------> Johannes에게 확인, 일단 Philipp S.군은 애인은 없다신다.  

하지만 그래도 Mark나 Mike는 괜찮을 듯 싶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는데,"
라고 말하자 
"아, 이노지? 이노?" 
라고 Mark가 말한다. 그 말에 난 아주 자연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노??? 착하지, 친절하지, 
하지만 이 녀석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비스무리한 인생관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내 인생의 한 쪽을 투자하고 싶진 않아. 

물론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내가 이 얘기하면, 도와줘야 해."

그러자 "그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다른데." 라고 답했고, 

그냥 난 그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Mark와 Mike가 "걔는 아니야." 

"왜?"

"하여간 아니야."

"너희들 나 도와줘야 해."

"나 걔 몰라서 못 도와줘, 미안." 


정작 이유도 못 듣고, 필립은 안 좋다고만 하고, 도와주지도 않는댄다. 

사실은 도움을 얻으려고 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들은 좀 진지하게 생각해 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좀 실망이다. 




사실은 그냥 겉으로 "알았어."라고 끝내고 무시 해버리면 될 일이다. 어차피 난 내가 끌리는 사람한테만 끌린다. 
그런데 고양이군이 나한테 어장관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고
그 어장관리에 이노가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솔직히 많이 상처도 받았고, 실망도 했다.
친하게는 지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하다. 그러니까 별로 믿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Mark나 Mike가 이때다 하는 것처럼 이노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으니까,

Philipp Steltemeier가 막말로 미쳤다고 해도,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참... 아무렇지 않게 적어내렸는데, 

사람을 믿고 싶지 않다는 거,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