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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르의 일상

2011/1/30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맥주 8잔...

평소 맥주는 한 두 병정도 마시면 약간 기분좋게 취하는 나에게 맥주 8잔은 좀 과한 양이었다. 그렇게 마신 건 제작년에 한 번, 그리고 2학년 1학기 때 엠티 갔을 때?

사람들은 기분이 좋을 때,
아니면 기분이 나쁠 때,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한다.

하지만 어제는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좋지도 않았다.
그리고 여태 내가 술 '좀' 마신 날은 기분을 종잡을 수 없을 때였던 것 같다.

어제도 딱 그런 날이었다.

무언가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잘 안 풀리고 있다.

다음주 수요일에 벨기에에 가서 유나 언니를 만나는 것은 설레고,
다시 방학이 찾아오는 것도 기분 좋고,
그리고 다행이도 내 하우스아르바이트는 진도를 다시 조금씩 나가고 있다.
이제 옆 방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도 그나마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적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하지만 풀리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보다 단순하다고 말하지만,
난 그 단순한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같다.

다시 누군가를 보면 설레이고, 보고 싶은 건 좋은데,

글쎄... 왠지 그쪽에서 날 꼬신 것 같은데, 왜 나만 매달려야 하는지, 그게 억울하다.

진심으로...


그런데 한편으로
방학이라 당분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 깝깝하다.

핸드폰 번호라도 받아야 하나...

사실 받을 수도 있을 것 같긴한데, 그럼 내가 너무 전화기에 집착할 것 같아서, 또 그 것도 싫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자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아...
지금 내 생각하기도 바쁜데,
남과 관련된 다른 생각이 내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잊어버렸다고 해도 어디선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 같아서, 그 것도 짜증난다.


그렇잖아도 아침까지 머리도 아프고
생리통도 서서히 오고 있어서
밥도 한 끼 밖에 안 먹었다. 그런데 그 때 폭식했는데, 지금 다시 배고프다...


어차피 그랑 잘 되서 기뻐서 웃고 있더라도
또 "난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질질짜고 있을지라도

밥은 먹을텐데...

인생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건데,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이미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또 안개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