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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르의 일상

04/27/2011 묘한 기분 나쁨...

날 신경 쓰이게 하는 이름이 몇 개 있다. 

Philipp
David

그리고

Patrick...

Philipp이야, 나 진심으로 고민한 적도 있었다. 나는 Philipp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Philipp이란 이름에 중독되었다고. 내 동기(?) 중에서만 Philipp이 4명이고, 이래저래 주변에 있는 녀석들 둘... 그리고 또... 모르겠다. 하여간 내 베스트 프렌드도 Philipp이고, 남의 집 고양이 이름도 Philipp이고, 지금 날 속썩이고 있는 녀석 이름도 Philipp이다. 그래서 요새는 Philipp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도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그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얼굴 한 번 더 본다. 진짜 나 이 이름의 중독된 거 맞는 것 같다.

David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 화가 이름이 David Caspar Friedrich다. 이 이름은 그냥 어감이 좋다. 

그리고 Patrick...

초등학교 때 글쓰기하고 미술 그룹과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같이 했던 친구 중에 '강승표'라는 애가 있었다. 그 녀석은 별명이 '사우디 왕자'였다. 왜냐하면 녀석의 아버지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셨고, 당시 녀석의 영어 명이 Patrick이었다. 왕자라는 별명과 녀석이 영어 명은 꽤 세련되게 들렸다. 

독일에 와서 두 명의 Patrick을 알게 되었다. 둘 다 우리 과. 하나는 꽤 성격이 무난하다. 누구하고도 잘 지내고, 가끔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녀서 조금 이야기한 게 다다. 하지만 그저 전형적인 독일 녀석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정작 마음은 그렇게 잘 열지 않는?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빌레펠트 대학 지부에 속해 있는 녀석은 날 처음 봤을 때, 자기 친구들의 국적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Patrick. 내가 호랑이이나 사자 군으로 부르는 녀석이다. 원래 이름은 Jan Patrick인데, 개인적으로 Jan이란 이름은 좋아하지 않으므로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 사실은 녀석에게도 말했다. 두 번째 학기 때 사자 군은 내 Tutor였다. 그 인연으로 매 학기마다 우연찮게 같은 수업을 듣곤 했다. 솔직히 말해서 녀석이 좀 마음에 들기도 했다. 키도 크고, 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에, 한 번 웃으면 빙구 같다는 점이... 하지만 진짜 빙구라는 게 문제였다. -_- 그래서 몇 번 녀석한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친해질지 모르지만, 아마도 또 전처럼 친하게 지내다가는 내 성격에 백 번도 더 화낼 것 같다. 


그. 리. 고. 

이번 학기에 새로운 Patrick을 알아버렸다.

늘 그렇듯 Patrick이라는 이름도 묘하게 신경 쓰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을 먹고 들어간 프랑스어 첫 수업시간에 Patrick이라는 이름을 듣고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아, 게다가 새파란 눈에 마른 몸까지 묘하게 남의 집 고양이 Philipp군을 닮았다. 요새 Philipp 고양이 군에게 엄청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같이 붙어 있는 것도 그리 싫지 않았는데, 계속 마음으로 거부하고 있으니까 몸도 거부하기 마련인가 보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을 때가 있다. 당연히 녀석과의 포옹도 싫다. 하여간, 남의 집 고양이와 닮은 Patrick군을 보니까, 사실 호랑이 군도 고양이 계통이라 잘만 보면 좀 닮기도 닮았다, 기분이 묘하다. 뭐라고 해야하나? 작은 강아지에게 코끼리 옷을 입힌 느낌? 뭐... 

일단 무지 신경 쓰인다.

내가 신경을 써서 그런지, 아니면 왠 동양애가 실실대면서 수업 듣는게 신기한 건지, 가끔 녀석도 내게 시선을 보낸다. 개인적으로 '낯선 사람'이 내게 시선을 준다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일단 무시는 하고 있는데...

아, 뭔가 비꼬는 말투도 별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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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인데,
다 그냥 내가 신기하니까... 쳐다보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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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묘한 기분도 내가 다른 사람 눈을 신경 쓰는 탓이다 OTL 어째 이러냐?


오늘의 결론도 애인이 있어야 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