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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tory 1 - Germany> 8. 시간이 멈추다 안개가 끼어, 앞이 흐리게 보이는 길. 약간 습기가 찬 버스 정류장의 유리는 뿌옇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꽃고, 정류장에 기대어 이 곳 저 곳 살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만 머리카락, 까만 눈을 하는 동양인 소녀가 보인다. 나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한국 사람이세요?" 처음에 그녀는 약간 놀라더니만, 인사한다. 버스를 타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의 이름은 슬기. 나랑 동갑이다. 우리는 곧 말을 놓고 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지금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길이고, 버스가 늦어 아무래도 기차를 훨씬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슈투트가르트로 갈 생각이고, 나 역시 기차가 늦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동감적인 상황에 당연히 말은 더 잘 통했다. 하이델베르크 역으로 .. 더보기
<Story 1 - Germany> 7. 약속의 도시에 서 있다 프라이부르크. 원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가려고 했던 곳이지만, 그 약속이 깨진 지금 나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 고민은 출발할 때부터 하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숙소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슈투트가르트에서 자야 할지, 언제 가야 하는지...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라이부르크까지는 2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만하임에서 갈아타야 한다. 학교 다닐 때도 언제나 지름길만 찾던 나에게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그리고 아침의 여정도 짧지 않았기에, 몸이 피곤하다. 두 시간이 좀 넘는 시간을 기차에서 보내고 나오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에 부딪힌다. 손이 시렵다. 코트 주머니에서 장갑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다. 기차에다 두고 내렸다. 이미 기차는 떠나버렸는데... 결국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더보기
<Story 1 - Germany> 6. 오래된 성과 함께 숨을 쉬는 사람들 밥을 먹고 서둘러 비스마르크 광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어떤 분이 타신다. 하얀 머리, 빵모자를 쓰시고, 커다란 가방을 메신. 한국 분인 것 같다. 그 분이 내 곁에 앉으시자, 나는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그 분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거냐고 손짓한다. 그러자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반가웠지만 그분은 놀래셨는지, 어떻게 알아봤냐고 물으신다. 그 분은 연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님. 숙소에서 멀지 않는 암연구 센터에서 연구를 하러 오셨다는. 나중에 한국에서 보거나, 아니면 하이델베르크에서 다시 한번 보기를 원하고 그분은 만하임으로 나는 비스마르크 광장으로 향하였다.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와 어울리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마음이 급했다. .. 더보기
<Story 1 - Germany> 1. 출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도착 새벽 5시 30분. 그럴 줄 알았다. 비행기를 타면 생기는 징크스. 또 밤을 설쳤다.일어나자마자 프랑크푸르트 숙소를 예약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가는 날 걱정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아빠 차 안에서 엄마, 정준이, 이모와 전화통화를 하자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아빠도 그런 나의 곁을 한시도 떨어져있지 않는다. 9시 30분. 드디어 도쿄 발 비행기가 떠난다. 벌써 몇 번이나 하는 비행이지만, 이번 비행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다. 내 옆에는 유럽으로 떠나는 한국인들이 있었지만, 나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빼고는 공통점이 없었다. 다만 그들은 나 홀로 50일간 여행을 간다고 하자, 대단하다고 한다. 감탄할 일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난 긴장감에 미칠 지경이었다.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