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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2011 Europa

[Travel Essay][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거야] 그 시간을 훑어보며...

이미 우리 여행의 마지막 국가에 도착했을 때부터 아쉬움은 시작된 것 같다. 이미 몸은 아플 대로 아팠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여행에 좀 찜찜하기도 했고, 그리고 동생들과 너무 많이 다퉈서 마음도 상할 대로 상했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다....' 라는 말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스페인에 와서는 그 말도 하긴 했지만, 마음 속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 때도 동생들이랑 헤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독일에 홀로 떨어져 나와서 생활한지도 3년 반이 지났다. 그리고 혼자 산 지도 1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래서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고, 동생들과의 여행도 그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난다는 것은 그저 난 다시 '자유'를 찾을 거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들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리고 우준이가

"우리 없을 거라 생각하니까 서운해?"

라고 말았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동생들이 사라졌을 때,
가끔 나는 내가 겪은 일들 중에서 동생들이 여행와서 겪었던 비슷한 일들을 기억해 내며 웃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동안의 나의 여행이 무언가 배우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 의의를 둔 여행이라면,
내가 지금하고 있는 여행은 '내'가 아니라 '동생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소중한 여행이라고...

그 때서야 깨닳아 버렸다. 그리고 조금 더 이 여행을 더 잘 즐겨줄 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거야....................................시간을 훑어보며 

 


베니스의 한 골목에서... 아마 우리 이 때 빨래하러 가고 있었지?
 


정준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런데 왜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던 거지? 내가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했었나? 
 


셋이서 찍은 셀카는 많았다. 그리고 이 셀카는 아마 정준이가 자기 얼굴이 반쪽만 나와서 안 좋아했던 거다... 하지만 난 이 사진이 좋아... 마냥 여행 시작하기 전에 그냥 좋아서 들떠 있던 내 모습이 신기하거든... 


우준이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유럽은 솔직히 나한테 신기한 동네도 아니고, 나에게서 여행이란 날 되돌아보고 재충전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그렇게 내 사진을 남기진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여기서부터 조금은 우리가 어긋나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정말 모델감이다.... 앞에서 찍나 뒤에서 찍나 사진이 잘 나온다. 
 


이렇게 둘이 그동안 찍은 사진 보고 웃는 걸 보면... 가끔 나도 저런 적이 있나 싶다. 사진 보고 좋아하고, 사진 보고 그 추억을 생각하고... 아마도 있었겠지? 

 
원래 저 자리는 연인들이 앉는 덴데... 거봐 주변에 자물쇠들도 많이 달려있잖아.
 



정준이랑 찍은 사진보다는 의외로 우준이랑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정준이가 찍사 역할을 하긴 했지만, 옆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내가 비껴 나오거나 우준이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사진도 있고.... 여행 내내 싸웠는데, 또 그만큼 남은 추억도 많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