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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2011 Europa

[Travel Essay][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거야] 그 시간을 훑어보며

나와 우준이 
나와 정준이
우준이와 정준

이렇게 따로 둘이서 여행을 한 적은 있어도

셋이서 여행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도 없고, 다른 사람도 끼지 않고.

그리고 정준이가 대학생이 된 이후로,
나는 곧 유학을 갔고,
우준이는 군대를 갔고,
정준이는 자취를 했기 때문에 
셋이서 함께 산지도 꽤 오랜 시간 전이었다. 

성격도 다르고, 생긴 것도 그렇게 많이 닮지 않은 우리가 여행을 같이 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였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난 여행 때문에 지쳐 있었다. 체력도 딸리고,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하지만 문제는 나 역시 너무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그래서 동생들의 걱정이나, 가끔 날라오는 놀림들이 너무나 낯설었다. 그래서 그런 간섭들이 짜증으로 다가와서, 난 그렇게 화를 많이 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들은 어쩌면 이전에 우리가 같이 살고 있을 때보다, 훨씬 감정적이지만, 그래도 더 깊은 대화였던 것 같다.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거야................................... 시간을 훑어보며 



그래도 정준이와 우준이가 최근에 함께 하던 시간은 길었기 때문에, 둘은 예전보다 많이 친해져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 둘의 사이를 질투하기도 했었다. 
 


이 날은 아무 계획 없이 티볼리로 향했고, 나와 이 길에 동행한 정준이에게 미안한 날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것이라고는 버스를 타고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표를 산 일뿐이었으니까. 만약 정준이가 나를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정준이는 아마 로마에서 더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더 좋은 것들 많이 봤을 것이다.
 


나폴리와 이탈리아 남부는 참 많이 더웠는데, 그래서 유난히 내가 짜증을 많이 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었고, 그리고 그 화를 서서히 녹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기 녀석의 손끝에 놓인 예쁜 경치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는지도.
 

 
한국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늘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우준이는 여행 내내 군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유는 자기가 최근에 그리고 어쩌면 최초로 경험한 한국의 사회 생활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조금.... 아니 많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에딘버러까지 와서 저렇게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우준이가 군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더 귀를 많이 기울여 줬어야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