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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일어난 일/유럽, Europa, Europe

[러시아/Russland/Russia] 러시아 정치 엘리트의 변화와 푸틴의 재선

요새 유로존의 위기와 슈투트가르트 21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말 독일 신문의 1면을 채우고 있네요. 그 와중에 러시아에 관한 소식이 보이네요. 사실 러시아는 제 전공분야가 아니라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진 않지만,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는 꽤 중요한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러시아의 선거도 눈여겨 볼만한 거겠죠.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통령 재출마는 상당한 이슈거리일 수 밖에 없을 거 같네요. 

이번주 die Zeit 1면에는 다음과 같이 러시아 선거 관련 소식을 싣고 있습니다.

Lupenreine Diktatur

Jetzt hat Putin die Wahl: Will er den Modernisierer geben oder nur die Macht behalten? Das Volk wendet sich ab.  

흠없는 독재자
지금 푸틴은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 그는 권력을 정치의 현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줄 건가? 아니면 권력을 쟁취만 할 것인가? 그 것은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푸틴은 이전 대통령 임기때에도 그의 독재적이며 카리스마적인 정치 스타일로 유명했으며, 또한 그의 후계자인 디이트리 메드베데브가 대통령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사실상 푸틴이 '수렴청정'을 할 거라는 말이 돌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그가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합니다.

 "Der wahre Stimmenanteil von »Einiges Russland« liegt vermutlich deutlich niedriger als die offiziell zugeschriebenen gut 49 Prozent."

"»Einiges Russland« besitzt zwar noch die absolute Mehrheit im Parlament." 

사실상 푸틴의 재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가 속해 있는 통합러시아당은 지지율이 49%가 넘고, 이미 의회 의석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푸틴의 행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Die Zeit에서는 현재 러시아 정치엘리트들과 사회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푸틴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Die neue Mittelschicht sucht sich eine neue Partei
 
한 마디로 "새로운 중산 계층은 새로운 정당을 찾고 있다." 정리하면서, 어떻게 러시아 사회가 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새로운 중산층이 생겼으며, 이 중산층에는 많은 계층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1990년 당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잡아주었던 푸틴의 안정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안정정책은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안정, 사회적 안정과 더불어 1인당 국민 소득도 늘어났으니까요. 
"Denn eine neue Mittelschicht entsteht in Russland. Zwar gehören viele Stützen des Regimes dazu: Mitarbeiter der Staatsunternehmen, Polizisten, Geheimdienstler. Aber der Anteil der Unternehmer, der Städter, der jungen Aufsteiger wächst. Die Jahre der Stabilisierungspolitik unter Präsident Putin haben viele von ihnen genutzt, um sich in der Gesellschaft zu etablieren. Damals überzeugte sie der Verweis auf die chaotischen neunziger Jahre, sie wollten Russland nicht in neue Turbulenzen stürzen. Sie verdienten Geld und fragten nicht viel."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러시아 경제나 정치가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이제 그 중산층들은 안정정책이 조금 더 유연해지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Die globale Wirtschaftskrise hat ihren Sinn für die nötigen Reformen geschärft. Jetzt wünschen sie Veränderung: weniger Korruption, mehr unternehmerische Freiheit, bessere Bildung und Gesundheitsversorgung"
흔히 말하는 시장의 국가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유, 조금 더 나은 복지를 원하게 되었고, 현재 통합러시아 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그를 대치해 줄 정당이 없는 때에 다시 푸틴이 재출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푸틴 재출마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위가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예정이며, 그 바램이 거세지고, 이게 만약 이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아마도 푸틴은 이를 통제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그의 독재는 힘을 잃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Die Zeit는 그에게 이런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Putin steht vor der Wahl: Er könnte sich selbst neu erfinden als der überzeugte Modernisierer, der zu sein Medwedjew vorgab. Er müsste einen starken, liberalen Regierungschef auswählen und Reformen für eine funktionierende Justiz, gegen Korruption und die Herrschaft der Beamten beginnen. Es wäre ein mutiger Schritt zu Russlands Bestem." 
강력한 자유주의자를 정당대표로 뽑고, 사법부를 실질적으로 분립될 수 있도록 개혁하며, 부패도 청산하고요. 하지만 이 제안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명분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독재 권력은 사실상 선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했을지라도, 다음 권력을 얻기 위해서 국가 발전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게 경제 발전일 수도 있고, 사회 안정 정책일 수도 있고요. 모순적으로 그 것은 사회부분의 성장에 기여하게 되죠. 따라서 사회는 점점 국가가 사회부분에 개입을 유연하게 하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시장 개입은 적게, 하지만 복지 분야는 활발하게요. 사회 부분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시민들은 정치적 의견을 더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게 되죠. 국가의 권력은 전쟁이나 경제적 위기가 다가오지 않는 이상, 실제로 이 사회 부분의 성장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정보화 사회에서 전쟁은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융 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에서 국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부실 기업을 처리하는 문제에서 경제 전문가나 다국적, 초국적 기업들이 해결하는 부분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경제가 정치 위에 올라설 수도 있는 상황에 온 거죠. 

그러니까 예전에 독재 권력을 지지 했던 유권자가 "난 자유를 원해"라고 말해도, 이건 사회 부분 성장의 결과인 셈입니다. 독재 권력이 다음에도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생산해낸 이 분위기에 거슬리기는 힘들 거라는 거죠. 

사실상 푸틴이 재집권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러시아와 푸틴이 맞는 상황은 현재 대한민국과 비슷해질 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듭니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지금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레임덕이든 뭐든, 일단 그 사람은 자신의 손에 들어 온 권력을 분배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방선거, 서울 시장선거에서 범야권에게 패하고, 총선도 범야권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사회분야도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를 막더라도, 대통령이 쥐고 있는 권력에 비해서 실제로 행할 수 있는 부분의 틈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행할 수 있는 권력보다 더 크게 휘두른다면, 그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http://www.zeit.de/2011/50/01-Russland-P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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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실제로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기사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제게 러시아 정치 상황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릴 것 같습니다. 

* 조만간 사회 부분과 국가 부분의 관계에 관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비판, 토론, 조언 및 오타, 오역에 관한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