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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일어난 일/유럽, Europa, Europe

[이탈리아/Italien/Italy] 의회선거 결과 2013년 및 이탈리아 선거 시스템

2013년 2월 24, 25일을 거쳐서 이탈리아 의회 선거가 있었습니다. 원래 선거는 4월에 있어야 했지만, 중간에 의회가 해산되었기 때문에 재선거를 치뤄야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눈에 띠었던 점은 세 가지 였습니다. 


1.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돌아 올 것인가? 

2. 전 코미디언 Beppe Grillo가 얼마나 득표할 것인지? 

3. 네오 파시스트 정당인 Casa Pound가 의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번 선거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각주:1]


 

Camera dei Deputati 

(하원)

Senato della Repubblica 

(상원)

 

득표율 (%)

의석수  

득표율 

의석수 

 Italia Bene. Comune 

(Pier Luigi Bersani)

중도 좌파 연합

29.55 

345 

31.63 

123 

Coalizione die Centro.destra

(Silvio Berlusconi)

중도 우파 연합 

29.18 

125 

30.72 

117 

Moviment 5 Stelle

(Beppe Grillo)

 25.55

109 

23.79 

54 

Con Monti per l'italia

(Mario Monti) 

10.55 

47 

9.13 

19 

 기타

5.16 

4.73 

 합계

 100

630 

100 

315 


2013년 이탈리아 의회 선거는 나름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하원에서는 Bersani가 이끄는 중도 좌파 연합이 의석 수 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겼지만, 상원은 전 총리인 베를루스코니와 북부연맹, 즉 중도 우파 연합과 계속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결과가 나왔죠. 그래서 한 번 눈길을 돌리면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와서, 결국 최종집계를 다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위에 던졌던 세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돌아 올 것인가? 

<사진출처: 연합뉴스>


베를루스코니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상원, 하원 모두 제 1당은 아니지만, 상원의 경우 베르사니나 베를루스코니나 과반 의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각 정당은 정책 별 차이가 있습니다. 

베르사니의 좌파 연합은 유로존에 머무는 걸 찬성하지만, 중도 좌파 성향의 정당입니다. 

Beppe Grillo의 오성운동은 유로존에 머무는 걸 반대하지만, 역시 좌쪽의 성향이고, Mario Monti의 정당은 베를루스코니와 비슷한 중도 우파 성향이긴 하지만, 유로존에 머무는 걸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베르사니의 중도좌파연합도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제 3정당으로 급부상한 오성운동의 대표인 Beppe Grillo는 다른 정당과의 동맹을 거절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든 소수연립정부 형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즉, 재선거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어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베를루스코니는 완벽한 권력을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탈리아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전 코미디언 Beppe Grillo가 얼마나 득표할 것인지?[각주:2] 

<사진출처: newmovie.egloos.com>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Beppe Grillo입니다. 그는 이전에 코미디언이었지만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했습니다. 2005년도에 이탈리아의 일간지인 La Repubbublica에 이탈리아 은행장인 Antonio Fazio의 금융스캔들을 밝히면서, 같은 해, 타임지는 "유럽의 영웅"으로 선정했습니다.  2007년에는 EU의 멤버가 되어서 현 이탈리아 정책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정치 활동이 활발했던 그는 2010년에 5성운동이라는 정치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는 리더로 선출되고 싶지 않아했고, 그저 이 운동에 참여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정치와 선출직 공직자들을 믿지 못하며, 직접민주주의를 꿈꾸는 시민들이었고요. 그리고 이 5성운동은 정당이 되어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 4개의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현재 제 3정당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상원-하원 모두 20%가 넘는 득표율로요. 


3. 네오 파시스트 정당인 Casa Pound가 의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각주:3] 


이탈리아도 경제사정이 안 좋습니다.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은 보수의 '안정감'을 필요로 하거나, 자부심 일로에서 우파 정당을 지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때 극우정당의 지지율도 높아지는데요, 바로 Casa Pound라는 네오 파시스트 정당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네오파시스트 당을 선택하느리 차라리 베를루스코니와 북부연맹의 중도 우파연합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선거 결과도 재미있지만, 제가 더 관심을 가졌던 건 바로 선거 득표율과 의석 배분입니다. 하원의 경우 베르사니의 중도좌파연합이나 베를루스코니의 중도우파연합이나 득표율이 비슷한 데 어째서 베르사니의 중도좌파연합은 과반의 의석을 점유했고, 베를루스코니의 중도우파연합은 그의 절반도 못되는 의석을 얻은 건지와 같은 문제제기를 한 거죠. 그리고 이 문제는 결국 선거제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선거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보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셔도 됩니다. 


현 이탈리아 선거제도[각주:4]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듯이 '돼지우리'처럼 복잡합니다. 


이탈리아 선거제도는 정당비례대표 방식을 사용하지만, 제 1 정당에게 과반의 의석을 점유할 수 있는 '혜택'을 줍니다. 


정당명부제, 즉 비례대표제는 상당히 장점이 많은 제도이긴 하지만, 단점이 많은 제도이기도 합니다. 비례대표제의 제도를 잠깐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주:5] 

장점 

단점 

1. 높은 비례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
   - 군소정당의 대표성 보장 

   - 여성과 소수 그롭의 대표성 보장

   - 새로운 정치적 흐름 반영에 유리 

2. 타협과 통합의 정치문화 촉진

   - 다수의 지지를 받는 연립정부 구성 

   - 극단적 지역정당의 영향력 배제

3. 정당정치의 활성화 

4.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서 정치적 안정 이룩 

1. 정부를 선택하고 바꾸는 유권자의 권리 박탈

   - 밀실야합을 통해 정부구성

   - 정치적 거래와 흥정

   - 소정당에 과도한 정치권력 부여

2. 정치적 불안 

   - 군소정당의 난립

   - 연립정부이기 때문에 비효율적

3.정당 핵심 리더십의 권학이 커져 비민주적 구조화

4. 유권자와 의원 간의 친밀도가 약함


비례대표제가 다양한 정당의 의회 입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당색이 묻어나는 정당정치를 할 수 있지만, 역시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제도가 신설되어 있는데요, 독일의 경우 한 정당이 5%이상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정당이 의회에 들어 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역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하원

상원 

1. 하나의 연합정당은 이탈리아 전체에서 10% 이상의 득표를 해야 하며, 연합정당의 정당 한 개는 최소 2%의 득표를 해야한다. 

2. 독립적인 하나의 정당은 이탈리아 전체에서 4%이상의 득표를 해야 한다. 

3.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하나의 정당이 그 지역의 20%를 득표해야 하며 사실상 남부티롤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1. 하나의 연합정당은 그 지역에서 최소 20%의 득표 해야하며, 연합정당에 속해 있는 하나의 정당은 최소 3%의 득표를 해야 한다. 

2. 독립적인 하나의 정당은 지역에서 최소 8%의 득표를 해야 의회에 입성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비례 대표제의 문제점을 보완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탈리아 선거제도는 승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 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원의 경우 630석 중 617석[각주:6]을 Hare-Niemeyer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합니다. 


Hare-Niemeyer방식이란 의석의 배분을 정당득표율을 전체 표수로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굳이 공식을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당득표수X전체득표수/전체득표수=의석 수 입니다. 


즉, 의석 배분을 최대한 정당득표수에 맞게 배분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승자 독점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거죠. 


승자 독점 방식이란 하원에서는 최고 승자가 617석 중 340석 이상을 점유할 수 있고, 나머지 정당이 나머지 의석 수를 배분합니다. 


상원의 경우는 315석이고, 상원은 각 지역에 의석이 할당이 되는데, 각 지역의 최다 득표를 한 정당이 지역 의석에서 최소 55%를 할당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카나 지역의 의석이 20석이라면, 최다 득표를 한 정당이 11 의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원의 경우 지역별 득표에 따라야 하기때문에 로마에 있는 상원의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게 아닙니다. [각주:7]


이런 승자 독점 방식을 사용하게 된 건 야당이 과반의 의석을 차지할 것을 두려워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의해서 2006년 4월 선거부터 적용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선거 방식을 바뀌게 한 거죠. 


정말 복잡한 선거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방식 탓으로, 정당 득표수가 의석 수에 정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외의 특징은 하원 선거는 만 20세 이상이 투표가 가능하며, 상원 선거는 만 25세가 넘어야 투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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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탈리아 선거 결과를 가장 관심있게 봤던 건 유럽연합 회원국가 중에서 유로를 사용하는 회원국가들입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제 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어렵긴 해도,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머물러야 유로의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로존에 계속 있기를 원하는 Bersani의 정당이나 Mario Monti의 정당이 높은 득표율을 얻길 바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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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선거 제도에 혼동되는 용어가 있을 것 같아서 설명해 드립니다. 


바로 연합정당과 독립정당입니다. 


연합정당이란 정당 여러 개가 하나의 정당으로 뭉친 경우입니다. 하지만 각 정당의 개별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연합정당의 득표율과 더불어 각 정덩의 득표율도 같이 셉니다. 2013년 의회 선거에서 연합정당은 Bersani이 중도좌파연합, Berlusconi의 중도우판연합이 됩니다. 그리고 독립정당은 Beppe Grillo의 오성운동과 Mario Monti의 정당입니다. 따라서 네 정당의 의회입성 가능성의 득표율은 다릅니다. 


나머지는 각주를 달아 설명하였으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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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두 가지를 언급하려고 합니다. 


1.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서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많고, 심지어 몇몇 분들은 "반도국이란 이렇냐?"라는 좌절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앞서 말했듯이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은 이탈리아 북부연맹과 각 군소정당이 연합한 정당입니다. 단지 그 대표자가 베를루스코니에요. 베를루스코니를 대표자로 뽑은 연합정당의 잘못은 있지만, 사실상 이탈리아 북부연맹은 여태껏 꾸준하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던 정당이었습니다. 베를루스코니가 돌아온 건 사실이지만, 정당의 대표자일 뿐이라고 봅니다. 


2. Beppe Grillo가 대표로 있는 5성운동의 득표율을 보면서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희망도 갖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독일 슈피겔도 이 오성운동을 독일해적당과 비슷하게 취급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 해적당도 따로 있습니다만.... 저 역시 해적당과 안철수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Beppe Grillo는 정치활동도 활발히 했으며,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정치의 문을 정당을 통해 여러 번 두드렸고, 지금 이런 성과를 얻은 겁니다. 현재 안철수 전 후보는 송호창 무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노원 병의 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정당의 형태가 될지, 아니면 무소속으로 선거에 임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안철수 전 후보와 Beppe Grillo의 성격은 이 정도로 차이를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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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서 시작한 글인데 상당히 길어져 버렸습니다. 그만큼 내용도 많고,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탈리아 의회 선거에 관심이 있었고, 더 관심이 있었던 분들, 그리고 저를 위해 쓴 글이기 때문에, 이해 못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어달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다음에 올라 올 글은 의회정치 두 번째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보아요~^^

  1. http://de.wikipedia.org/wiki/Parlamentswahlen_in_Italien_2013 [본문으로]
  2. http://en.wikipedia.org/wiki/Beppe_Grillo의 내용을 참조. [본문으로]
  3. http://www.zeit.de/2013/06/Italien-Wahlkampf-Neofaschismus 참조 [본문으로]
  4. http://de.wikipedia.org/wiki/Politisches_System_Italiens#Verh.C3.A4ltniswahlsystem_mit_Mehrheitspr.C3.A4mie_.28seit_2006.29 내용 정리 [본문으로]
  5. 고경민 (2007): 선거정치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3쇄, 인간사랑, P.114 <표 2-4> [본문으로]
  6. 나머지 13석은, 1석은 Aostatal지역에서 무조건 가져가고, 12석은 해외거주이탈리아 인을 통해 선출된다. [본문으로]
  7. 이 법은 Aostatal, Trentino 남부티롤지방, Molise 지역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은 각각 1, 2, 1석의 상원의석을 배분받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