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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리고 정치학/정치 커뮤니케이션

[정치와 미디어] 학술포럼 an der Uni Bielefeld: 미디어와 투표 행태의 관계

우리는 지금 미디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순 없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이유로 미디어를 접하겠지요. 특히 정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관심을 덜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대의 민주주의 정치를 실시하고 있고, 따라서 선거를 통해서 정치 엘리트를 충원하고, 그 정치엘리트는 자신을 뽑아 준 시민들을 대신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여 정치적 행위를 해야합니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다음 선거에서 다시 권력을 쥘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목표로 향하고 있죠. 하지만 정치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정치적 행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행위를 그나마 접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미디어'입니다. 

미디어의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책, 신문, 텔레비젼, 인터넷 등등... 그리고 이 미디어들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기도 하고요.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대중 매체가 과연 우리의 투표 행태에 영향을 줄까요? 

전통적인 선거연구에서 미디어는 투표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언제나 매스미디어는 선거의 중심에 서 있었고, 미디어가 어떻게 정치 현상을 해석하고 보도하느랴에 따라 선거 결과의 승패를 좌우한다고요. 

예를 들어 1998 독일 연방 정부 선거에서는 독일의 경제 상황을 나쁘게 묘사한 탓으로 헬무트 콜 내각이 실각하기도 했고요, 가장 전통적인 예시 중에 하나지만, J.F. Kennedy가 TV토론으로 인해 Nixon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사회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실 미디어가 투표행태에 실제로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Lazarsfeld는 유권자의 사회적 성격, 이를 테면 사회경제적인 위치, 종교, 거주 지역, 정치적 선호도와 같은 것들이 실제 투표행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습니다. Lazarsfeld는 유권자를 Partisan(열렬한 지지층), crystallizer(특정 정당 확정자), Waverer (정당 선호도가 약함) 그리고 Party Changer로 나누어서, 미디어가 그들의 투표 행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Partisan과 Crystallizer, 그러니까 이미 지지하는 정당이 확고한 경우, 미디어를 이용하는 빈도수가 높지만, 오히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확실히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Waverer와 Party Changer, 이 그룹은 정치에도 관심이 없으며, 특정 미디어를 이용하지도 않습니다.
정치학의 경우 투표행태를 설명하는 3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정당 일체감, 유권자 사회적 위치 그리고 합리적 선택입니다. 정당 일체감이라는 가설은 1950년에서 60년 사이에 유행했던 모델인데, 이 시기에는 정당이 유권자 집단을 대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유권자 사회적 위치에 관한 모델은 앞서 Lazarsfeld의 가설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합리적 선택 모델은, 유권자가 정보를 모으고, 이 정보는 미디어를 통해 얻습니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슈에 대해서 민감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개인적 성향과 판단을 통해 적합한 후보를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합리적 선택이라는 가설에서는 미디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투표 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의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들 중 실제로 이념적 성향이 차이가 나는 정당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볼 수 있고, 여당과 야당 사이에는 경제적, 정치적인 이념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여당과 야당의 지지자들은 지역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래 지역별 신문 구독과 2006년 제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제시하겠습니다.. 
 신문 지방별 가구구독률.jpg
표 1 <지역별 신문구독률 분석-기자협회보 2006년 11월 1일>
 2006년 지방선거.png
표 2 <2006 지방선거 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

2006년 전국지방동시 선거는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비율로 승리한 선거이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점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비교적 낮은 광주, 전부, 전남 지역에서, 의외로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의 구독률이 꽤 높다는 점입니다. 사실 비례 대표제는 지역주의를 완화하고자 만든 제도인데도, 실제로 이 선거에서는 지역주의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의 전통 텃밭인 대구, 부산, 경북, 경남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한나라당이 유독 강세이며, 민주당의 텃밭 지역인 광주, 전남, 전북 지역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의석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서 높은 편입니다. 

어째서 미디어가 투표 행태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공론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버마스의 공론장이라는 개념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종합적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의견은 시민들의 의견이며, 또한 '민주적이며, 강압없이 생성된 정치 구성원들의 의견'입니다. 루만의 경우 공론장이란 역시 사회 부분시스템 중에 하나이며, 공중에게 다른 시스템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이미 사회와 다른 부분시스템의 사정에 맞게 재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가 공론의 의견이 되는 것이고요. 미디어는 이런 공론의 의견의 '형태'를 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미디어는 자신만의 '필터'를 통해 정치적 의사 결정을 묘사합니다. 

Breuer에 따르면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 되는 정치적 의사 결정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유권자들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디어에 비춰지는 정치 후보자들의 모습을 유권자들은 있는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미디어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Breuer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이성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정치적 의사 결정과 투표 행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은 점점 정치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매 선거마다 투표율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매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이런 부동층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미디어'입니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이슈로 인해서 이런 부동층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이슈였던 '탄핵'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당시 투표율은 이전 2000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에 비해 낮긴 했지만, '탄핵'이라는 이슈는 분명히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고, 결국엔 헌재에서 탄핵이 '무효'가 되기도 했었죠. 

여태까지 미디어가 투표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여태까지의 내용에서는 미디어가 실제로 투표 행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유권자가 속한 자신의 '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더 크다고요. 그리고 미디어에 보이는 모습 자체를 유권자가 신뢰하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의심을 품고 있는 점은 '과연 유권자들이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고, 그만큼 이성적일까?'와 '미디어의 역할이 투표 행태에 영향을 주는 점이 그렇게 미비할까?'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슈'에 의해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그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또한 몇몇 대통령들은 당선이 되자마자 언론 장악부터 시도한 경우가 있는 데요, 만약 미디어의 역할이 선거 결과에 미비하다면, 과연 언론 장악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요? 


참고문헌: Rohmberg, Markus (2009): Massenmedien und Gesellschaft, Repräsentation: Die Beziehungen zwischen Wählern und Gewählten, in: Politische Kommunikation: eine Einführung für Politikwissenschaftler, (Hrsg.): W. Fink, UTB, Paderborn, Chapter 2, 6.

이동신,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2006,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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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www.wirsindinbielefeld.net에 게시되었으며, 2011년 2월 18일 발표될 예정입니다.